톨락의 아내
토레 렌베르그 지음, 손화수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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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나는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
나는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이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야. 








톨락은 이가 하나 빠졌던 그날, 자식들에게 집으로 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왔고, 톨락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가 21년 동안 묻어두었던 비밀. 톨락을 제외하고 진실을 아는 이는 오도 뿐이다.  


톨락은 아버지로부터 목재소를 물려받아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는 생활이 가능했으나 변해가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했다. 산언저리 그의 목재소는 점점 사람들에게서 잊혀져갔고, 목재소의 형편은 점점 더 어려워졌으며, 잉에보르그는 곤궁한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 잉에보르그는 남편이 달라지기를 바랐으나, 그에게 있어서 목재소와 잉에보르그가 세계의 전부였다. 톨락의 외부 세상과의 단절은 아내가 사라진 후 더욱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톨락은 본인 스스로를 함께 살기에 쉽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신기술이나 새로운 시대의 도래, 재산을 불려 축적하는 데에 무관심하다. 그는 세상의 어떤 것도 의미 있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을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밝고 가볍고 환했던 잉에보르그는 날이 갈수록 어둡고 우울해져갔다. 이러한 아내의 변화는 톨락에게 낯설고 힘든 일이었으나 그는 달라지지 않았다.   


ㅡ 


톨락의 술회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다른 분위기로 흘러간다. 아내를 지극히 사랑하고 헌신적인 남편으로만 읽혔던 톨락 본인의 모습 뿐만 아니라 긍정적이며 늘 밝은 아내 잉에르보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편, 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오도와 톨락의 모습은 아주 유사하다. 특정 대상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어려움이 많다. 이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남다른 교감과 애착을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서정적인 문체와 스릴러적 장치가 만나 상당히 미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톨락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한 문장이 있다. 성인이 되어서 아버지의 요청으로 찾아온 딸 힐레비의 말, 

"당신 같은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삶이 어떤 것이었는지 아시나요?"   



이 책에서 독자가 들여다봐야 할 진실은 잉에보르그의 부재가 아닌 톨락 가족의 삶이다. 톨락과 잉에보르그는 끊임없이 서로를 향한 사랑을 고백한다. 그런데 이는 톨락의 착각이 아니었을까? 자기만의 세계에 스스로를 가두었듯, 잉에보르그까지 가두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믿고 싶은대로 믿어버렸던 건 아닌지... .


잉에보르그의 아버지가 옳았다. 적어도 잉에보르그에게 있어서 톨락과의 만남은 재앙이었다. 너무 달랐던 두 사람. 자신이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던 잉에보르그의 오만함. 마지막 순간까지 잉에보르그를 사랑한다고, 오직 그녀만이 전부라고 읊조리지만, 아내가 삶의 생기를 잃어버린 것도 외면하고 그녀의 숨은 내면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것이 과연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동안에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에도 가능하면 이 사람을 이해해보려고 애쎴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이 사람의 변명과 참회를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톨락, 당신을 어쩌면 좋겠소... .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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