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러블 스쿨보이 2 카를라 3부작 2
존 르 카레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들은 명칭조차 낯선 냉전시대의 치열한 정보전을 바탕으로 하는 첩보소설이다. 작품은 정보 요원을 중심인물로 내세워 첨보전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의 복잡한 정치 상황과 국제 정세, 그로인해 졸지에 난민이 될 수 밖에 없어던 사람 등 여러 관점에서 이야기를 펼쳐간다. 






 




2권에서는 사건에 보다 가깝게 접근하고 제리의 스파이 활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홍콩에서 시작해 태국 - 캄보디아 - 홍콩 - 라오스 - 다시 캄보디아로 이어지는 제리의 여정은 쉴새없이 이어진다.  


드레이크 코가 궁극적으로 목적하는 바가 무엇인지, 죽었다고 알려진 코의 동생 넬슨과 리카르도의 생사 여부, 전혀 이해관계가 없었던 드레이크 코에게 발목이 잡힌 리카르도와 올가미 엮이듯 벗어나지 못하는 리제의 속사정, 확실하게 정체가 파악되지 않은 샘 콜린스의 출현 등 얽히고설킨 그들의 사연이 하나씩 실체를 드러낸다.  


이데올로기에 잠식된 시대에 강대국의 직.간접 여파와 높은 범죄율, 뇌물 수수, 타락한 도덕성, 정치적 파벌 싸움 등 아시아 국가들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은 당시의 시대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동차 사이를 누비는 시클로, 수시로 들리는 총소리와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폭탄 등 끈적하고 긴장감 있게 서술한 프놈펜의 모습은 영화 <시클로>를 연상케 한다(물론 영화의 배경은 다른 나라지만).   


ㅡ 


아무리 리얼하게 그려냈어도 소설은 소설. 등장인물의 서사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이 어떤 일을 저지를 때에는 그 바탕에는 탐욕이 자리하지만, 사랑도 빼놓을 수 없다. 동생을 구하는 것이 삶의 전부였던 냉혹한 암흑가 거부의 눈물겨운 형제애, 연인을 구하고자 온몸을 내던지는 애정, 동병상련에서 오는 연민, 지나간 사랑에 대한 회한 등 물리적인 이득을 넘어선 인간애가 우선한다. 결론으로만 보면 드레이크 코가 범죄자이기는 하지만, 그가 직접적으로 악행을 휘두르는 장면은 사실상 없다. 뿐만 아니라 스파이소설이면서도 등장인물들이 총을 쏜다거나 폭력적인 장면 역시 거의 없다. 그야말로 사건을 추적하고 이에 대한 면밀한 실행이 주를 이루고, 더하여 협업하는 와중에도 서로에 대한 견제를 놓지 않는 영국과 미국, 이것만으로도 긴장감은 충분히 팽팽하게 이어진다.  


소설의 형식은 두 개의 얼개로 진행한다. 스마일리는 영국에서 제리가 보내온 정보를 바탕으로 추적하고, 제리는 스마일리가 추적한 내용을 현장에서 실행한다. 별개 아닐 수 있지만, 이러한 구도는 책의 표지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1권에는 스마일리의 것으로 보여지는 안경이, 2권에는 발로 뛰는 제리의 것으로 짐작되는 신발이 그려져 있는데, 이런 부분도 소소한 재미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의아한 점은, 제리는 왜 리지를 절박하게 갈구하고 집착하는 것일까? 남녀 간의 애정 문제야 뭐라 꼬집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고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다. 제리는 리지를 사랑했다. 소설에서는 그 이유가, 제리처럼 그녀도 실패자였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 부분은 사실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 어쩌면 아무 잘못도, 욕심도 없으나 폭력 앞에서 무력할 수 밖에 없는 여인에 대한 동정이라면 이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제리는 지리를 보면서 이탈리아에 두고온 고아를 떠올린다.)


소설의 결말은 씁쓸하다. 어느 누구하나 만족할 만한 결과를 손에 넣지 못했다(아, 한 팀을 제외하고). 그들은 모두 어떤 상황을 맞이했을까. 거대한 역사의 굴레에서 한 개인의 서사는 너무나 미미하게 여겨지고, 우리는 나약하기만 하다. 나 혼자 그려보는 조지 스마일리의 뒷모습은 참 외롭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