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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없는 삶 - 나와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바스티안 베르브너 지음, 이승희 옮김 / 판미동 / 2021년 5월
평점 :
양자택일을 전제하는 양극단화 현상으로 인한 분열이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면서 어디에서나 사회적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분열과 혼란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안정과 평화 속에서 국가가 존재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방법에 대한 질문이다. 이 책은 그 방법, 즉 '어떻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난민,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 동성애,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제 사례를 들어 접근한다. 저자가 말하는 해법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집단이 아닌 개인적인 접촉이다. 집단 구성원으로서가 아닌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난 사람들의 변화를 통해 이 만남이 어떻게 새로운 사회 구성원을 받아들이고, 사회를 구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사회가 세분화되면서 우리는 필터 버블 사회에 살고 있고, 반복되는 궤적 안에 있다. 비슷한 수입, 비슷한 직업, 지지 정당 등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므로 모든 면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는 일을 점점 더 힘들어 한다. 이러한 상황은 부자와 빈자, 노인과 젊은이, 이민자와 정주민, 정규직과 비정규직,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등의 거리감을 커지게 하고 편견을 배양하고 강화시키는 토양이 된다. 또한 동질화된 사회 환경에서 타인에 대한 편견이 싹트기 마련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만 대체로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한 집단의 편견을 강화시키거나 반대로 편견을 바꿀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 미디어다. 그러나 현재 미디어는 주로 부정적인 방식으로 작동한다. 취재를 하지 않고 기사를 보도하는 오보와 자극적인 과잉 단어의 사용 등은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는 개별 기자의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디지털 세계에서의 저널리즘은 분, 초 단위의 시간 압박에 의한 경쟁으로 최소한의 취재와 자극적인 기사를 부추긴다. 거기에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우리의 시선에도 책임이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부정적인 기억은 직접적인 경험이 아닌 미디어가 전한 이야기들이 다수이다. 다름에 의한 적대감은 실제 이해관계에 근거를 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은 상상과 공포의 산물이다. 이슬람교도들을 테러리스트로, 난민 지지자들을 민족 변환자로, 난민 회의론자들을 나치로 규정하지만 이런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저자는 사회가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사이의 직접 만남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접촉이 늘 공감과 평화와 우정을 일으키지는 않으며 갈등은 존재한다. 다만 사실에 기초한 갈등은 개인을 향하고, 편견에 기초한 갈등은 언제나 군중을 향한다. 따라서 접촉에 의한 개인적인 갈등은 좀 더 평화적일 수 있다. 개인적 접촉은 상대를 인종, 민족, 성별, 사회적 위치 등 상대에게 붙은 인식표를 떼어내고 오로지 '사람'으로만 존재할 수 있게 한다. 각자가 가진 신념은 바뀌지 않을지라도 인간으로 교감할 수 있다. 더 많이 접촉하고 더 가까이 있을수록 편견은 줄어든다. 이 명제를 일반화할 수 없을까? 저자가 던진 질문에 아일랜드의 시민의회와 스위스의 칼크브라이테 입주민 공동체 규약과 보츠나와의 교사직 전근의 사례는 상당히 흥미롭다.
정치권의 동질성은 대의 정치를 위한 좋은 전제가 아니다. 이는 지난 역사를 통해 증명된 바이며 현재는 선거를 통해 공고히 하고 있다. 공직자를 추첨으로 임명하면 민주정으로, 선거를 통해 임명하면 과두정으로 여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와 <사회계약론>을 통해 진정한 민주정에서 관직은 특혜가 아니라 짐이 되는 책무라고 한 장 자크 루소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저자에 따르면 정치란 올바른 말과 인격이 하나의 신경망 안에서 만나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가 사례를 들었던 사람들처럼.
원론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양극화를 극복하는 성공의 키워드는 인간의 선량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는 곳으로, 피부의 색깔로, 종교로, 정체성으로 인간을 규정짓지 않는 사회. 이제 우리는 개인적으로 나와 다르다고 여기는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책이었다. 우리가 알면서도 간과하는 혹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낸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갈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 출판사에서 지원받은 책을 노골적으로 추천하기 꺼려지지만, 이 책은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쓴 사적인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