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8년작 <나를 보내지 마>에서 복제인간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 작품에서는 AF(Artificial Friend)가 바라보는 인간성 상실과 존재의 의미를 사랑과 위로, 이해와 공감의 차원에서 접근한다.  

인간의 사소한 몸짓과 표정, 세세한 감정의 변화까지 알아차리는 클라라는 기존의 모델들 뿐만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모델들 중에서도 특별한 AF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조시는 클라라를 한눈에 알아보고 집으로 데려간다. 소설 초반에서 새로운 모델로 바뀌어 폐기처분될 것을 우려하는 AF들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는 더 나은 삶과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 '향상'을 선택한 조시와 '향상'을 포기한 릭을 통해서 과학기술의 힘으로 인간의 고유성을 잃어가는 인간 사회의 모습과 일치시킨다.  

조시의 건강이 악화되는 이유가 쿠팅스 머신이 분출하는 공해에 있다고 판단한 클라라는 기계를 파괴하겠다고 작정하지만 인간의 편리함과 AF를 생산해 내는 힘도 기술 및 기계 발달에 있다. 크리시는 샐과 조시에게 최고의 삶을 주고 싶어 딸들을 향상시켰지만 생명을 담보로 했다. 기술의 발달을 추종하는 부류들과 다르게 한쪽에는 노동력과 인간이 누려야할 권리를 빼앗는 AF를 비난하는 무리들이 있지만 이것 역시 인간이 창조한 결과물이다. AF의 능력에 서서히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들과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인간들 사이에 반목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처럼 작가는 모순에 빠진 인간 사회를 지적하고 있다. 이중에서 가장 큰 아이러니는 소설의 마지막에서 나타난다.     
 
 




폴은 클라라에게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냐고 묻는다. 클라라는 인간의 마음이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기에 배울 수 있다고 대답하지만, 헬렌과 밴스의 만남에서 두 사람이 갖고 있는 애증과 이후 미래를 향해 전진해가는 조시와 릭을 목격하면서 폴이 이야기했던 복잡한 인간의 마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의 마음에 한계가 있다면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카팔디의 주장도 생각해봐야 할 터다. 인간의 고유성은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간이 무지로 인한 일종의 미신에 불과한 것일까? 카팔디는 실질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 즉 과학으로 입증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사랑, 희생처럼 숭고한 정신을 발휘하는 인간의 정신력은 그저 환각이나 도취에 불과한 것일까?

방안에서 블라인드로 태양을 가리고 피해다녔던 조시. 그러나 클라라는 조시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은 해의 특별한 자양분이라고 믿었고, 실제로 조시는 태양에 노출됨으로써 기력을 회복했다. AF 클라라의 에너지원 역시 태양이다. 이는 자연과의 공존을 의미한다.

폴은 증명 가능한 과학이 지배하는 현재의 세상을 엉망진창이라고 표현한다. 과학기술의 최고 결정체인 AF가 과학의 결과물인 향상 인간의 구원을 태양에게 호소하는 장면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클라라가 태양에게 호소하며 내놓은 타당성은 사랑과 희생이다. 인간 개개인이 갖는 특별한 무언가는 당사자가 아닌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있다. 즉 주고받는 감정, 상호작용에 있다는 것.

더 나은 유전자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개별성를 인정하고, 사랑과 존중으로써 유한한 삶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모든 생명체의 공존을 지향하는 세상. 클라라가 인간 세상에게 던지는 메세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