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망초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12
요시야 노부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5월
평점 :
그야말로 소녀시대다.
1936년에 집필한 이 소설은 여성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와 차별, 그리고 십대 소녀들이 경험하고 느낄만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은 여중고에 재학했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서로에게 특별히 친밀한 교우관계를 맺고 싶은 대상, 동경의 대상이 되는 학생, 어떤 형식으로든 형성된 파벌,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미치는 학생들의 보이지 않는 계급 의식 등 학교는 축소된 사회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1900년대까지 팽배했던 남성우월주의와 남아선호사상이 마키코의 아버지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마키코의 아버지만큼은 아니었지만 우리 할아버지도 남동생과 나를 차별했었다. 덕분에 부모님은 나를 지키기(?) 위해 역차별 아닌 역차별을 했지만 남동생은 그 나름대로 차별이라고 한때 주장했었다. 아무튼 할아버지 세대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임을 이제는 납득한다. 여중고를 졸업한 나는 세 명의 주인공이 느꼈을 법한 감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무슨 '데이'라는 이름이 붙은 날 혹은 학교 축제가 있는 날이면 그날의 주인공들은 교내에서 키 크고 체육을 잘하는 보이시한 친구들이다. 그리고 공부 잘하고 예쁘고 똘똘해서 말도 잘하고 선생님한테 사랑받는 동급생에 대한 질투는 그 형태가 동경이든 미움이든 보이지 않게 늘 존재했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유게 씨의 변화가 현실을 반영한 결과인지 아니면 작가의 바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21세기까지도 여성 차별이 여전한 것을 보면 '차별'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얼마나 오랫동안 뿌리내려왔는지 짐작할만 하다. 그럼에도 내가 통과했던 한 시절과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이들에 대한 생각이 컸기에 이 책을 무겁게 읽지는 않았다.
책에 첨부되어 있는 작가의 연보를 읽어보면 남성 중심 사회를 깨부수기 위해 무던히 애썼던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30대 후반에 쓴 <남편의 정절>이라는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