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숨
조해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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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삶은 인지하기도 전에 반복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정리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는 소설의 문장에 깊게 공감하는 사람은 나뿐일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과 타인을 향한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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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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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희가 열 네살의 자신을 만났듯,주기적으로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청소년기에서 성인으로 가는 과정뿐만 아니라 여러 사건 사고 혹은 일상의 변화가 계기가 되어 깜냥을 키워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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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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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일이란 종교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이 되어야 한다는 아이다의 담백한 말이 크게 와닿는다. 이 거칠고 속임수가 난무한 세상에서 필요한 것은 정의와 인류애라는 것. 묵직한 누와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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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과 이사벨라는 거리에서 우연히 두 사람의 오빠들과 만난다. 존 소프와 제임스 몰랜드. 처음 인사를 나눈 이사벨라와 제임스의 분위기가 말랑말랑하다. 그리고 존과 캐서린의 대화, 둘은 시작부터 안 맞는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외모 평가, 어머니와 두 동생들에게 던지는 예의없는 말투와 태도, 존은 심하게 비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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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퍼 네트워크
챈들러 베이커 지음, 이동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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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의류 브랜드 트루비부의 법무팀이 배경인 소설은 다섯 명의 여성 등장인물을 통해 현재 직장인으로서 여성이 갖고 있는 장애와 한계, 고충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나 역시 오랜 시간동안 직장 생활을 해왔던만큼 충분히 공감되는 내용들이었다. 흡입력이 있고 가독성이 좋음에도 소설의 내용을 들어 감히 재미있다는 표현을 쓰지는 못하겠다. 과거 에임스와 불륜 관계였던 슬론에 대해서는 시작부터 밝히지만 이후 줄줄이 달려나오는 에임스의 추태와 악행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부 독자들은 슬론의 경우 합의 하에 의한 성관계가 아니냐고 반박할지 모르겠지만 에임스와 슬론의 관계는 그 이후가 문제다. 그리고 에임스가 그레이스에게 부탁이라는 말로 포장한 강요 역시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연장선에 있다. 불륜 문제에 있어 여성이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약점, 유리 천장에 부딪치며 직장생활을 해야하고, 승진과 연봉을 무기 삼아 협박 아닌 협박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성추행같은 물리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이중고를 겪는다. 직장에서 이루고 싶은 성취와 자녀의 양육과 교육 등 가정 생활에서 오는 부담은 대부분 여성의 몫이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비율로 따져본다면 그 변화를 체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소설 속 인물들의 말처럼 늘 죄책감을 안고 일을 해야하는 쪽은 여성이다. 모유 수유를 해주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직접 양육하지 못하고 보모를 고용한다는 것에 대해, 보육시설에 맡겨야 한다는 것에 대해 등등 그 모든 죄책감의 몫은 여성이다.   
  


에임스는 직장에서 여성 동료를 능력이 아닌 외모를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이 맥락은 슬론의 딸 애비게일이 학교에서 당하는 성추행과 아주 유사하다. 초등학생 남학생이 여학생의 속옷을 만지는 것에 대한 언급은 입 아픈 얘기이므로 굳이 하지 않겠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에 대한 학교장의 대응 방식이다. 서너명이 집단으로 따돌리고 단체 채팅방으로 불러들여 욕설을 내뱉는 것이 그 나이대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치부하고, 남학생들의 도를 넘는 장난을 피해자 아동이 예뻐서 가해 학생의 관심어린 표현이니 무시하라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해결 방법을 찾아야하는 방식은 어처구니가 없지만 현실에서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만한 부분은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남성들의 다양한 반응이다. 아내의 경제적 능력에 많은 부분 기대는 데릭은 아내 슬론이 딸의 성추행 가해자를 고소하지 못하게 막고, 직장 동료들은 최고 경영자가 될 임원을 성추행으로 소송한 세 여성에게 언어폭력으로써 테러를 가한다. 그리고 가해자가 사망하자 성폭력 피해자를 졸지에 가해자로 몰아가면서 사건의 본질은 사라지고 누군가가 '죽었다'는 결과만 남게 된다.  
 


혹독한 현실에서 그들이 기대고 의지한 대상은 사실 가족이 아닌 연대였다. 슬론이 에임스의 승진 자격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시점은 자신이 피햬를 당했을 때가 아닌 시입사원 캐서린이 에임스의 눈에 들었고 곧 어떤 위험이 닥칠지 알아챘을 때였다. 그리고 무상으로 로살리타의 아들 살로몬에게 과외를 해준 아디는 이혼 후 헛헛함을 살로몬의 성장을 통해 위로받는다. 
 


소설에서 언급한 모든 에피소드들이 전혀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직장 생활을 접은지 꽤 오래됐지만 지금의 분위기와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문득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직장 동료가 생각났다. 출산 휴가 3개월을 채우지 않고 출근한 그녀는 그 사이 자기 책상이 사라졌을까봐 내내 불안했다며 급하게 서둘러 복직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나 영세 소규모 회사에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어떻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서둘러 복직했던 옛 동료는 지금도 회사에 남아있을까? 
 


미스터리 형식을 취한 소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진실을 마지막에 드러내는데, 이 역시 독자를 딜레마에 빠뜨린다. 이 소설의 결말은 작가가 아닌 우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이 써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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