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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 보이스 - 법정의 수화 통역사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3월
평점 :

첫 출간 당시 미스터리 소설인줄로만 알고 읽었다가 '이 뭉근한 감동은 무엇?'했던 기억이 난다.
가족 내 유일한 청인이었던 아라이는 기억하는 유년시절부터 넘어져도 울지 않는 아이어야 했다. 고작 열한 살 나이에 의사가 선고하는 아버지의 말기암 시한부 삶을 어머니에게 통역해야 했고, 자주적이고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어야했다. 청인들 사이에서 움츠려들 수 밖에 없어던 가족의 보호자는 어린 아라이였다.
변호사 가타카이의 흠이 '들리지 않는 것'이라면, 아라이의 흠은 가족 중에 유일하게 '들리는 것'이었다. 농인인 큰 아들이 약자라고 여겼던 부모는 눈에 띄게 아라이의 형을 편애했고, 가족의 지인들은 아라이가 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하나 같이 시선이 달라졌다. 아라이의 정체성은 늘 청인과 농인의 경계에 있었다.
주인공 아라이와 사건의 주요 인물인 몬나 일가 외에도 아라이와 교제 중인 미유키, 농인 마스오카, 형사 이즈모리가 등장해 사건 해결과 더불어 사건의 본질을 추적해가면서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이해에 대해 되짚어 본다.
처음 읽었을 당시 주변에는 수화가 매력적이라며 수화를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현재, 수화를 배우겠다던 사람들 중에 ㅡ단어 몇 개 아는 정도, 혹은 영상을 보고 노래 한 곡 정도를 수화로 표현하 수준이 아닌ㅡ수화로 의사 소통이 가능한 이는 없다. 수화가 언어라는 인정과 한 가지로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수화를 배우기는 쉽지 않다. 책 한 권 읽고 일시적으로 수화를 유행인 양 배우겠다는 태도보다는, 우리가 다름을 대하는 시민의식부터 바꾸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장애는 약점이 아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자들의 무지가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놓았고, 그로인해 형성된 고정관념에 편승하는 다수자들이 약점으로 만들어 버렸다. 배려가 아닌 공정의 차원에서 점검해야 하고, 공정성이 다져진 상태에서 서로에게 이루어지는 배려야말로 진정한 배려다. 소설에는 농인들 뿐만 아니라 아동 성폭력, 싱글맘, 입양 등의 이야기가 사이사이 엮여져 있다.
우리는 누구의 적도, 편도 아니며 동등하게 공존해야 하는 존재들임을 일깨우는 소설이다. 소설은 무겁지 않다. 나의 리뷰만 무겁다.
사족.
지인들에게 여행가서 밤에 읽으라고 추천해 온 소설이다. 혹은 혼자 여행가는 이들에게.
♤ 출판사에서 지원받아 쓴 지극히 사적인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