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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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사람을 항상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여기에서도 그냥 선생님이라고 하고 본명은 밝히지 않을 것이다. 세간에 이름이 알려질까 염려해서라기보다 그게 나로서는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반드시 '선생님'이라고 하고 싶어진다. 펜을 든 지금도 그런 기분은 마찬가지다. 데면데면한 알파벳 머리글자 같은 건 도저히 쓸 마음이 나지 않는다.』 



첫문단이다. 유난한 문장 없이 담담하기만 한 이 문장들에서 잔잔한 아련함이 묻어나고, 화자의 마음이 전해지며 절로 이입된다. 이러니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친구의 부름으로 어렵게 찾아간 휴양지에 어쩌다 혼자 남게 된 그는 바닷가에서 서양인과 함께 있는 선생을 처음 발견한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들을 지켜보던 화자는 왠지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처럼 선생이 낯설지 않다. 며칠 후 선생이 떨어뜨린 안경을 주워 건넨 것이 계기가 되어 친해진 두 사람. 상대를 부를 마땅한 호칭이 없어 무심코 지칭한 '선생님'이 그의 호칭이 되었다. 자기의 감정과는 다르게 친밀감을 표현하지 않는 선생의 태도에 실망하는 화자. 그 이유가 자신에 대한 경멸감에 있음을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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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의 사랑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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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한 작품이 한 권일만큼 거의 읽지 않은 작가다. 얼마 전 역주행한 작품 덕분에(정작 그 책은 읽지 않았지만) 몇 작품 읽어보려던 차에 출간된 이 작품을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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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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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여러 SF소설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생각은 허버트 조지 웰스의 작품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것이었다(특히 아직 읽지 않은 '우주 전쟁'). <투명인간>은 M출판사 판본으로 10년도 훨씬 전에 읽고 이번에 아주 오랜만에 다시 펼친다. 어디에서든 개정판이 나오길 바랐던 작품 중 하나였는데, 출간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   









소설은 오로지 개인의 부와 명성이 목적이었던 한 과학자가 탐욕으로 인해 몰락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의학에서 물리학으로 전공을 바꾼 그리핀은 자신이 목표하는 연구를 진행하던 중 색소 문제를 다루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생물학을 통해 모든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세포조직을 무채색으로 만들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 연구가 성공만 하면 부와 명성을 한번에 거머쥘 수 있건만, 열악한 연구비 지원 사정으로 수 년간 몰두했던 연구를 완성할 수 없게 되자 아버지의 돈을 훔쳤고, 그 사건은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이쯤에서 자기의 잘못을 깨달았으면 좋았겠으나 그리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연구 성공 후 찾아올 모든 것을 혼자 독차지하기 위해 그리핀은 동료들과 연구 과정을 공유하지 않았고, 고립된 실험은 그를 피해의식과 위기감 속으로 빠져들게 했으며, 연구와 이에 따른 비용까지 모두 혼자 감당해야 하는 그는 점점 더 예민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마침내 연구는 성공했으나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이는 그가 돌아갈 곳을 스스로 없애버린 셈이 되었다.  


투명인간이 되고 의기양양했던 처음과는 달리 얼마지나지 않아 자기가 주도적인 입장이 아니게 되어버린 현실에 부딪친 그리핀. 누군가에게 인지되지 않는 존재가 자유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역으로 보호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 되었음을, 타인과 상호작용이 불가능해졌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타인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 그의 말을 귀담아 들어줄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반성하지 않는다. 자기가 보통 사람과 다른 처지에 놓여있어 어쩔 수 없고, 모든 폭력은 정당방위라는 정당성과 명분을 만들기에 급급할 뿐 진정성있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  


식사 한 끼 편하게 할 수 없는 처지임을 각성하고서야 투명인간이 되는 게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깨달은 그리핀을 보면서 미다스 신화가 생각났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들지만, 정작 제 손으로 빵 한 조각 먹을 수 없었던 왕. 그나마 미다스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원래대로 돌려놔달라고 신에게 호소하지만, 그리핀은 몇 차례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제발로 그 기회를 걷어차버렸다. 여전히 자기만이 모든 것을 되돌려놓을 수 있다는 오만과 광기만 남은 과학자는 미치광이와 다름하지 않았다.   



이 소설에서 가장 섬뜩한 부분은 그리핀의 진짜 목적이다. 투명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주어 그 공포를 이용해 사람들을 지배하겠다는, 한 마디로 신이 되겠다는 지점이다.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겠지만, 사실 현재 정치권에서 가장 흔하게 이용는 방법 중하나가 아닌가. 무엇보다 누군가를 지배하고자 했던 그리핀이 정작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고 그 광기에 지배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음을 간과하고 있다. 그에 대한 연장선으로 이 소설에서 의미있는 다른 장치는 처음부터 단 한번도 실체를 볼 수 없었던 그리핀의 모습이 드러나는 시점이다. 보이지 않는 위험한 존재에서 보이는 평범한 사람으로의 귀환. 우리는 무엇을 더 두려워하고 있을까. 


그리핀에게 있어 결정적 기로는 켐프와의 우연한 만남이다. 켐프는 그에게 외로운 늑대가 되기를 자처하지 말라고, 세상에 비밀을 털어놓고 조력자를 얻어 문제를 해결하라고 충고한다. 그리핀이 만약 켐프의 충고를 받아들였다면, 그의 결말은 충분히 달라졌을 것이다.  


내가 만약 켐프라면 크게 고민하지 않았을 것 같지만, 소설에서 그는 한때 대학 동문이었고 현재 자신을 의지하는 그리핀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범죄와 폭력을 저지른 그를 신고해야 하는가를 두고 갈등한다. 만약 켐프의 갈등이 그리핀의 히스토리를 알 수 없는, 마치 핍박받고 소외된 소수자 혹은 사회 약자층으로 비춰진 소설 초반에 던져졌다면 그의 심정을 납득했을 것 같으나, 이미 숱한 범죄를 저지른 대상을 두고 해야할 고민은 아닌 듯 하다. 


그런데 소설을 덮고 다시 든 생각은 초독 당시 내가 느꼈던 바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때는 소설 초반에 감상이 집중되었던 기억이 있다. 이방인에 대한 경계와 근거없는 의심,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정사실화한 핍박에 무게를 두었던 것 같다. 이는 아이핑으로 흘러들어온 까닭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는 그리핀의 의도때문일 터다. 하나하나 되짚어보면 '만약'이라는 가정은 투명인간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그가 연구를 끝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면, 그래서 사냥감을 몰듯 그를 다그치지 않았다면, 그리핀의 분노가 그처럼 가중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악의가 악의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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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 - 오늘도 정주행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윤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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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연재 코너에 실렸던 글들을 새롭게 구성해, OTT 플랫폼에서 스트리밍 된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묶어 낸 옴니버스 에세이다. 칼럼 요소가 다분한 에세이인데, 비평서보다 훨씬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매체나 작품에 대한 평가보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어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정치를 비롯한 사회 여러 집단과 권력의 차원에서 소수자인 여성의 위치와 현실, 그리고 실패와 저항. 소재의 신선함과 독특함과 재미 너머에 있는 학대와 폭력, 차별과 혐오, 그리고 연대의 정서를 짚어낸다. 사랑과 애도, 치유와 성장, 인생에 있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유머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블의 슈퍼 히어로가 물리쳐야 하는 적은 가시적이고 악으로 규정되어 있는 빌런이라면, 보건 교사 안은영은 인간 안에 있는 악한 것들,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으며 어느 한 사람이 아닌 사회 전체가 만들어 놓은, 그래서 언제 나타날지 예측 불가한 무형의 적을 대상으로 한다.  


저자는 성소수자, 여성, 장애, 백인 사회에서의 유색인 등 사회 집단에서 소수자에 있는 약자층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대한 제도와 정서에 관련해 과거 급진적이라고 말했던 주장이 이미 낡았음에도 어떤 부분은 여전히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얘기한다. 동성애의 형벌처럼 여겨졌던 에이즈에 걸린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죄'는 사랑이 아니라 차별임을 말하며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사회에서 거부당하는 성소수자의 죽음이 잇따라 일어나가 있음은 이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것이 잘못됐음을 인지하는 문제 의식과 이에 따른 행동이다. '타인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다른 자리에 서보려는 태도'부터 시작한다면 사회는 분명 더 나아질 수 있다.  


ㅡ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해지지 않을 수 있고,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도 피해를 받으며 나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게 인생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배우자가 죽고, 연인이 죽고, 부모가 죽고, 자식이 죽어도, 하나의 불행 뒤에 또다른 불행이 포진되어 있어도, 계속되는 것이 삶이다.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는 감독인 커스틴 존슨이 알츠하이머로 치매를 앓는 친아버지의 일상과 아직 살아있는 아버지의 죽음을 영상으로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다. 일상 안에서 아버지의 병은 삶의 한 부분일 뿐이고 이를 받아들이는 가족의 모습은 따뜻하다. 그런데 저자의 말에 따르면 커스틴 존슨은 영화 제작을 통해 아버지의 죽음을 반복적으로 연습한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가족과 친구의 죽음이 연습한다고 해서 그 고통이 줄어들까? 저자의 말처럼 더 나은 이별을 준비할 수 있을까? 문득 '마음의 준비'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마음이라는 게 준비가 되는건가? 생명은 영원할 수 없음을,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도 삶은 계속됨을 모르지 않기에 두려움을 대비하기보다 한줌의 웃음을 찾아내는 게 더 낫은 거라는 생각도 잠시 든다. 아프든 아프지 않든, 연습을 하든 하지 않든, 우리는 어차피 죽음을 향해 간다. 중요한 건 그 짧지 않은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이 웃음을 지을 수 있느냐가 아닐까싶다. 


ㅡ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세상을 향해 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내가 선택한 운명과 삶을 어쨌든 감당해나가고, 나의 취향과 가치와 경험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인정하는 삶. 저자는 노후에 이러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읽기만 해도 참 멋지다.    


찰리 채플린은 '웃음 없는 하루는 낭비한 하루'라고 했고,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뒤를 돌아보았을 때 머릿속에 자리한 추억이 미화되는 걸 보면, 그래도 인생은 희극에 가까운 것이라고 믿고 싶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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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가드닝 - 방 안에서 시작하는 자급자족 에코 라이프
앤절라 S. 저드 지음, 서지희 옮김 / 문학수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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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다'인가... . 😏
책이 도착한 후 하루 만에 지역 체육문화센터 옥상 텃밭 분양에 당첨됐다는 문자가 왔다(물론 내가 신청한 건 아니니 나한테 온 건 아니고). 집에 있는 화분 너댓개 분갈이도 해야하는 참이라 흙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고 있는 중인데, 이 책이 떠~억하니... . 









이 책의 원제는 <How to Grow Your Own Food>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에 실려 있는 식물들은 대체로 우리가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채소류와 허브들이다. 텃밭을 하기에 유용한 도구들과 화분용 영양토, 알맞은 컨테이너, 심는 시기, 가드닝 용어까지 참고할 수 있어 텃밭 실용서로서 도움이 톡톡히 된다.  


오이 상추 고추는 말할 것도 없고, 감자 고구마 마늘 브로컬리 딸기 토마토 심지어 강황과 생강까지 뿌리 및 열매 채소는 물론이고, 무화과 블루베리 등 작은 열매 나무,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로즈메리 케모마일 박하 레몬그라스 등 허브류와 해바라기 제비꽃 카렌듈라처럼 꽃 식물 50가지가 실려 있다. 각 식물마다 재배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는데, 역시 허브가 비교적 재배하기 쉬운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가장 유용했던 점은 도구와 화분의 크기에 대한 설명이었다. 사실 뭘 좀 알고 식물을 들인 게 아니라 무식이 용기라고 무작정 들인 상태라 처음 들여왔을 때보다 사소한 변화라도 보이면 혼자 전전긍긍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매번 무거운 화분을 들고 화원을 찾아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더하여 지금은 한꺼번에 분갈이까지 해야할 처지여서 하등 쓸데 없는 걱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을 쌓아놓고 있는 중이다. 몇 권의 책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많이 죽여야 또 많이 살릴 수 있는 가드너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재수없게 맨 처음 우리집에 들어온 애들은 무슨 죄인가 싶다. 



위에서 썼듯 이 책은 말 그대로 수확해서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식물을 재배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실용서다. 다음주까지 텃밭 운용 기획서를 작성해서 센터에 제출해야 하는데(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책에서 몇 가지를 선택하려고 한다. 일단 내가 제일 좋아하는 로메인, 그리고 고추, 비트, 가지를 우선 심어봐야겠다. 해바라기는 좋아하는 꽃이지만 한해살이 식물이라 마음만 있었는데, 재배 난이도가 쉽고 건조한 환경에도 잘 견딘다고 하니 집에 있는 화분에 심는 것으로 도전! 그리고 마지막으로 꽃 색깔이 예쁜 카렌듈라까지. 그런데 얘는 컨테이너 크기가 특소형이라니 오랜만에 앙증맞은 화분도 하나 생기겠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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