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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뉴 에디션 ㅣ 전 시집
윤동주 지음,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평점 :

나의 누추한 방이 달빛에 잠겨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는 것보담도 오히려 슬픈 선창船艙이 되는 것이다. 창살이 이마로부터 콧마루, 입술 이렇게 하얀 가슴에 여민 손등에까지 어른거려 나의 마음을 간지르는 것이다. (...) 아이처럼 황황해지는 가슴에 눈을 치떠서 밖을 내다보니 가을 하늘은 역시 맑고 우거진 송림은 한 폭의 묵화다.(산문 '달을 쏘다'에서)
이 글을 읽다가 창가로 가 하늘을 올려다 봤다. 한참을 고개를 올리고 두리번거리지만, 높은 아파트 산 때문인지 아니면 구름 때문인지 달을 볼 수가 없다. 달빛에 잠긴 방이 낭만의 공간이 되지 못한 시인의 글이, 그림보다는 선창이 되어버려 어쩔 줄 모르는 마음에도 가을의 달밤이 묵화같다는 시인의 정서가 한 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따뜻했다. 늦은 밤, 아파트 군데군데에 들어온 불빛을 보며 저들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의 시국이, 시인이 느꼈던 슬픈 선창의 모습인듯 하여 모르는 이들의 안부를 혼자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