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그렇게 꿈꿔왔던 달팽이 식당이 탄생의 첫 울음을 터뜨리게 된다.여전히 나는 하루에 한 번은 엘메스의 똥을 밟는다. 밤송이가 머리 위에 떨어지는 일도 있고,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에 걸려 엎어질 뻔할 적도 있다. 그래도 도시에 살던 시절보다는 작은 행복을 만나는 순간이 훨씬 많다. - P65
엄마는 어쩐 일인지, 개업 선물이라며 그것을 공짜로 주었다.엄마와 나의 가치관은 정반대다. 때문에 항상 서로 티격태격하며 살아왔지만, 이 때만큼은 그것을 고맙게 생각했다. 엄마에게는 잡동사니인 것이 내게는 보물이었으니까. - P59
그저 그만큼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제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나는 내게만 들리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려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꼭.하지만 25년간 살아온 만큼, 현실적으로 남과 교류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 P18
도시의 불빛이 차창 너머로 흘러간다.안녕.나는 마음 속으로 손을 흔들었다.눈을 감자,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이 늦가을 찬바람에 날리는 시든 나뭇잎처럼 의식 속을 떠돌아다녔다. - P10
터키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방 안이 텅비어 있었다. 마치 뱀이나 매미가 벗어놓은 허물처럼. 텔레비전도 세탁기도 냉장고도 형광등도 커튼도 현관 매트도 모조리 사라지고 없었다. - P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