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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꽃 예찬 ㅣ 미루나무숲에서 시인선 4
김병찬 지음 / 빨강머리앤 / 2025년 7월
평점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시조집, 나리꽃 예찬!
한여름 선명한 주황색 꽃을 피우는 나리꽃, 등산길에서도 반겨주는 나리꽃을 떠올리며 책을 펼쳐본다.
새녘 나리, 갈녘 나리, 마녘 나리, 되녘 나리, 바람의 나리로 구성된 시조집의 목차를 보면서 낯설지만 묘하게 끌리는 단어들에 시선이 꽂혔다.
시인의 말을 다시 읽어본다. 새, 갈, 마, 되쪽 즉 동서남북을 이르는 말이구나.
우리 국어사전은 '녘'이란, 어떤 때의 무렵이나 어떤 방향.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라 한다. 동틀 녘이나 황혼 녘처럼 하루는 인생과 같다. 또한 인생은 하루와 같다. 벌써 황혼 녘에 다다랐으나 좀 더 나다니고 싶어서 새, 갈, 마, 되쪽 즉 동서남북을 순우리말 혹은 어부들의 말을 빌려, 나리를 데리고 나리꽃 찾으러 다니며 쓴 기행 시조 모음을 내놓게 되었다. -시인의 말 중에서

얼마 전 다녀온 등산길을 떠올리게 하는 두 그루 소나무,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이라 시원한 에어컨 바람 맞으며 지내다가 오랫만에에 등산을 나섰다.
후끈한 기온 속 그래도 걸을만했던 것은 시원한 나무 그늘 덕분이었다. 녹음이 우거진 길을 걷다가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나무들을 올려다본다.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맞으며 땀도 식히고,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새파란 하늘이 예뻐서 사진도 찍었다.
계절은 다르지만 한 겨울에도 푸른빛을 잃지않고 꼿꼿이 서있는 소나무의 기상이 느껴졌다.

꽃길로 눈부리고/ 산길에 땀 내리고// 금정산 성곽 따라/ 봉우리 지나치고// 확 트인 망루에 올라/ 부산 바다 보노라//........ - 망루에 서서
사진첩을 꺼내보듯 반가운 마음으로 기억 속 금정산, 금정산성, 고당봉, 금샘을 다시 걷는다.
단풍이 곱게 물든 길을 걸었었다. 범어사 마당 아름드리 은행나무에 반짝이던 황금빛 은행잎, 저 멀리 보이던 해운대, 굽이굽이 낙동강, 바위... 눈 앞에 멋진 절경이 스쳐간다.
이렇듯 머언 역사 속 한 장면, 그림같은 풍경, 웃고 우는 우리네 인생사가 담긴 글을 따라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펼쳐지며 짧은 호흡에도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한낮에 해를 안고/ 한밤에 달을 품어// 가을빛 오색 담아/ 먼 산을 바라보는// 경포호 변화무쌍은/ 삼라만상 불변사 -호수
미루나무 숲에서 시인선, 나리꽃 예찬! 시인의 걸음, 생각, 시선을 따라 경주, 부산, 제주 등 동서남북으로 여행을 다니고, 봄여름가을겨울 아름다운 사계절을 본다.
고즈넉한 산사, 고요한 병산 서원, 슬픈 역사의 흔적을 간직한 일출봉, 병원 등 역사, 풍경, 추억, 기억.....이 그리움으로, 공감으로 이어진다.
'해설, 이토록이나 아름다운 고향문학을 만나를' 읽으며 시인의 깊은 뜻을 조금이나마 더 헤아려볼 수 있었다.
9월이 되니 기승을 부리는 폭염 속에서도 시원한 기운이 느껴지고, 초록으로 무성하던 나무잎이 하나둘 물들기 시작했다. 이제 꽃보다 고운 단풍으로 화려하게 피어날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