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만큼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제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나는 내게만 들리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려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꼭.하지만 25년간 살아온 만큼, 현실적으로 남과 교류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 P18
도시의 불빛이 차창 너머로 흘러간다.안녕.나는 마음 속으로 손을 흔들었다.눈을 감자,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이 늦가을 찬바람에 날리는 시든 나뭇잎처럼 의식 속을 떠돌아다녔다. - P10
터키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방 안이 텅비어 있었다. 마치 뱀이나 매미가 벗어놓은 허물처럼. 텔레비전도 세탁기도 냉장고도 형광등도 커튼도 현관 매트도 모조리 사라지고 없었다. - P5
다음 날 나는 영원히 미네소타를 떠났다. 나는 PCT 여행을 시작할 것이었다. 때는 6월의 첫 주였다. 나는 1979년형 셰보레 루브 픽업트럭을 몰고 포틀랜드로 향했다. 화물칸에는 건조식품이며 여행 필수품으로 가득 채운 상자가 열 개도 넘게 실려 있었다. - P56
심원의마 心猿意馬 마음은 원숭이요 뜻은 말이라불교의 경전에 이런 말이 있다."마음의 원숭이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생각의 말은 사방으로 달리며 신기는 밖으로 어지럽게 흩어진다."이것은 사람이 번뇌로 인하여 잠시도 마음의 생각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것을 경망한 원숭이와 함부로 날뛰는 말로 비유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말은 불교 용어라기보다는 우리가 곁에 두고 항상 경계로 삼아야할 격언과 같다. - P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