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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수집가들
피에르 르탕 지음, 이재형 옮김 / 오프더레코드 / 2024년 12월
평점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얘기하기 가장 어려운 컬렉션은 당연하게도 나의 컬렉션이다. 나는 지금 그것들을 모두 붙잡고 있지는 않다. 나는 그저 수천 개의 물건을 소유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수많은 물건 중 대부분은 이제 한갓 추억으로만 남아 있지만, 나는 지금도 계속해서 찾고 발견하고 획득한다. -94
파리의 수집가들, 미술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나의 시선을 끄는 책이었다. 미술관, 박물관을 다니다보면 뜻있는 사람들이 기증한 소장품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이건희 컬렉션을 보면서 소장품이란 단어에 보다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덕분에 상상을 초월한 놀라운 소장품, 귀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특히 그림그리는 화가로만 알았던 피카소의 도예전이 인상에 남았다.
열망해서 얻는 것들은 결국 우리의 손을 떠나버린다는 것을. - 20
단순한 수집가일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 달리 뉴요커의 표지, 보그, 뉴욕타임스 등 여러 매체에 그림을 그렸고, 실내 장식가이고 수많은 책의 표지 그림을 그렸으며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는 작가 피에르 르탕의 이력에 놀랐다.
중국 도자기와 오래된 물건과 가구에 둘러싸여 자랐으며,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박물관과 골동품 가게에 다녔다는 작가의 특별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모님을 따라 화려한 음악 파티에 간 어린 소년의 기억과 수입이 없어서 가지고 있던 그림들을 한두 점씩 팔아야 했던, 훌륭한 작품들이 걸려 있던 자리에 이제는 사각형 얼룩으로 남아있는 브리오니 왕녀의 컬렉션! 처음에는 읽으면서도 무슨 의미인지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러다가 문득 깨닫게 되었다.
저녁이 되자 에릭은 덮개를 씌운 안락한 소파에 앉아 손에 술잔을 들고 조명이 완벽하게 떨어지는 수집품 하나하나를 살펴보았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사랑하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비록 그것이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만족하는 듯 보였다. 그것은 어쩌면 터무니없을지도 모를 너무나 큰 만족감이었다. - 40
도자기나 그림, 인형뿐만 아니라 깃털 장식,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파편들, 타일, 등 저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물건들을 수집했고 또 처분하고 컬렉션 카탈로그로만 남아 있는 흔적들, 재미있고 다양한 컬렉션, 기묘하다못해 엽기적인 것도 있었지만 덕분에 수집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라벨, 두루마리 휴지, 편지지, 봉투, 일회용 티슈 등 구겨진 종이를 체계적으로 수집했다는 페드로 뒤트벨트, 예술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컬렉션이었다.
작가 역시 '빛과 그림자가 자신을 사로잡았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라는데, 일러스트를 이리저리 쳐다보면서 그 매력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다.
내가 남겨두고 싶은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과거에 내 아이들이 만들었거나 내게 선사한 작은 것들, 상태가 형편없을 수도 있지만 소중한 것들, 점토 모형이나 어딘가에서 오려낸 그림, 깨진 조개껍데기를 내 뒤에 남겨 두고 싶다. 그리고 나의 담뱃갑 로즈버드도.... 105-106
그렇게 작가는 수집가들과의 첫만남, 그들의 집을 방문해서 본 컬렉션, 분위기, 에피소드 등을 그림으로 그리듯 묘사해주었다.
모두들 소장하고 싶을만큼 좋아하는 물건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나는 뭘까 생각해보니 책과 노트, 필기구를 좋아한다. 한정된 공간에 책을 다 둘 수 없으니 새 책을 놓으려면 그만큼 책을 정리해야한다.
과감하게!
미술품, 가구 등 물건들을 찾고 소유하고 떠나보내고 또 발견해내는 컬렉터들 역시 그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