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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오금학도 ㅣ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4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외수님의 작품은 늘 기대를 품게 합니다.
그래서 그 책이 어떤 책이든 꼭 읽고 싶어지지요.
이 책 역시 오래 전부터 읽으려고 벼르던 차에 드디어 인연이 닿았나 봅니다.
이번엔 멋진 환타지의 세계로..
머릿속으로 한마리 학을 타고 떠나는 신비하고 고고한 신선의 세계를 그려보며
책을 펼쳐들었는데, 첫 만남은 허탈하게도 탑골공원 팔각정이었습니다.
범상치 않은 등장인물들과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야하는 것이 조금은 힘에 부치고
어려운가 싶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고 있었지요.
입에 풀칠조차 하기 힘들었던 어려운 시절, 소년이 태어난 곳 농월당, 동네 어디에나
한명쯤은 꼭 있었다는 바보형 삼룡이, 평생을 떠돌며 신선처럼 사신 할아버지, 소년이
태어났지만 집을 떠나 소식조차 없고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소년에게 세상의 지혜와 진리를 몸으로 가르치신 할머니, 팔각정에서 만난 거렁뱅이
할머니그리고 어린나이에 갑자기 혈혈단신 홀로 남겨졌다가 왠일인지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소년, 강은백의 이야기가 멋진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들은 모두가 감히 우리가 가까이 할 수 없는 선계에 살고있는 사람들같은
선문답을 들려주고 있었지요.
그래서 거렁뱅이 팔자가 상팔자라네. 무엇이든 소유하고 있으면 그것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가난뱅이로 전락해 버리고 말지만 아무것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 온
천하를 모두 가지고 있는 부자로 승격된다네. 거렁뱅이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지. -15
소년이 자라면서 부딪치고 살아가야하는 세상이 그리 녹녹하지 않았기에 할머니께
받은 가르침을 가슴속 깊이 품어 잊지 않은 채 아름다운 것만을 보기 위해 노력하면서
오로지 자신이 품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할 뿐이었지요.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우연이란 결단코 없는 법이니라. -144
여느때와 달리 올 해는 심한 감기로 집에서 새해를 맞아야 했습니다.
붉게 떠오르는 밝은 해를 맞이하며, 그 만큼 밝은 기운으로 벅찬가슴으로 꾸려나갈
멋진 한 해의 꿈을 그려보고 싶었던 희망은 아쉽게도 물거품이 되었지만, 따뜻한 방
안에서 멋진 그림 한폭을 지니고 다니는 소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가 살아가고
싶은 올 한 해, 내 모습을 그려보기엔 충분하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