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통령의 맛집 - 대통령도 반한 대한민국 최고의 맛
강대석.이춘성.최영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이나라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입맛을 사로잡은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아니 그보다 먼저, 과연 역대 대통령들은 무엇을 즐겨 드셨을까 하는 원초적인 궁금증.
그런 궁금증을 풀어주고, 더불어서 직접 찾아가 그 맛을 즐겨볼 수 있도록 맛집의 특징과 추천 메뉴, 약도와 영업시간, 그리고 맛집 주변의 가볼만한 곳까지 세심하게 안내한 책이다. 좋은 맛집의 발견이란 의미도 있지만, 다른 책과의 차이로 말할 것 같으면 역시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든 역대 대통령들의 음식과 관련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다.
충북 단양의 '대강 막걸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낸 아낌없는 사랑으로 유명하다. 2005년 방문한 이곳에서 대접받은 대강막걸리를 대통령 체면에도 불구하고 다섯잔이나 연거푸 마셨다고 한다. 이후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 청와대에 납품까지 하게 되고, 귀한 손님인 하인즈 워드 선수 모자의 만찬상에도 이 대강막걸리가 올랐다는 듯 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고맙다고 보내준 인삼은 인삼주로 만들어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북한산 자락 구기동에 위치한 '옛날 민속집'은 역대 대통령들이 자주 들르던 곳이다. 돼지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콩비지나 두부를 좋아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간장게장, 전두환 전대통령은 한약재를 넣은 것을 싫어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두부와 간장게장을 좋아한다. 제주도 '진미명가'에서는 귀한 다금바리 회를 맛볼 수 있다. 다소 의외인 것은, 제주도에서 조차도 진짜 다금바리 회를 맛볼수 있는 곳은 진미명가를 포함해서 세군데 정도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금바리 한마리에서 나오는 볼살, 간, 지느러미등은 워낙 귀해 대통령도 한 점 이상은 맛볼 수 없을 정도라고 하니, 서울에서 다금바리 회라고 파는 것은 모조리 가짜라 보는 것이 현명하다. 4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이곳은 예전에 고르바초프 등의 귀빈들이 찾아왔을 때 직접 출장까지 와서 그 솜씨를 발휘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전국에 수많은 음식점이 있지만, 한번 발걸음 하기도 힘든 곳을 이렇게 되풀이해서 찾는다는 것은 이 가게들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는것이 틀림없다, 직접 먹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무언가.
연남동 정통 중화요리점 '향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가장 오래된 단골이다. 며느리들이 직접 이곳에 와서 요리수업을 받기도 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항상 아내의 손을 꼭 붙잡고 다니는 신사로 기억되고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유머가 넘치는 재치꾼으로, 그리고 미스 코리아 출신으로 재벌가에 시집을 갔던 탤런트 고현정도 한때 향원에 요리를 배우러 다녔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핼기로 배달시켰다는 '하동관 곰탕', 70년 세월 동안 딱 한명의 외상손님이 바로 장군의 아들 김두환 의원이었다는 에피소드가 재미있다. 전주 콩나물 국밥의 원조중 하나인 '삼백집'의 욕쟁이 할머니는 지역 시찰중 콩나물 국밥을 먹으러 들른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누가 보면 박정희인줄 알겠다. 그런 김에 계란 하나 더 처먹어라!" 라고 한 일화가 유명하다.
홍어회를 맛보러 자주찾던 '홍도주막'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황무늬가 새겨진 상자에 담긴 만년필을 비서 손에 들려보내며, '지금은 팥죽이 끓고 있으니 다 끓여지면 꼭 가겠다. 그때 시계라도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한다. 서거하시기 20일 전이다. 그외에도 좋은 음식을 맛보게 해준 주인들과 연하장을 꼭 챙기고 연락을 주고받는 역대 대통령들의 인간적인 면모에서는, 권위주의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만큼은 역대 대통령들도 그저 오고가는 정을 즐기던 보통 사람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들 맛집들이, 역대 대통령이 단골이 될만큼 나름대로 성공할 수 있었던 한가지 공통된 비결은, 우선, 음식은 정성이라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같이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는 직접 담가 손님상에 올리고, 제철 음식재료를 고수하고 있었다. 두번째는 모두 한우물을 파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가업으로 대를 이으며 가족들이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었다. 모두가 우리집의 일로 여기니 당연히 질좋은 서비스가 따르고, 장인정신이 묻어나는 이런 음식점에 자연스레 손님들의 좋은 평판이 따르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