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의 7일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걸작의 속편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었을테지만 그것을 단숨에 넘어버렸습니다.

 

사신 '치바'의 임무는 지정된 사람을 1주일간 조사해서 죽게하느냐 마느냐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전작인 <사신 치바>는 단편집인 만큼 치바의 조사대상이 여러명이었지만, 이번 작은 장편인 관계로 단 한명만을 담당하게 됩니다. 이번에 치바가 맡게 된 사람은 소설가 '야마노베'입니다. <사신의 7일>은 치바가 야마노베의 조사를 하는 1주일 동안을 치바와 야마노베의 시점을 교대로 바꿔가며 그려내고 있습니다.  

 

 

 

야마노베에게는 일년전에 초등학생인 딸이 살해당한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 27살의 혼조는 어찌된 일인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됩니다. 야마노베와 아내는, 법이 처벌하지 못한 혼조를 자신들의 손으로 응징하려 합니다. 여기까지는 흔히 있는 복수극입니다만, 부부는 비상한 두뇌를 지닌 혼조의 용의주도함을 넘지 못합니다. 무죄판결 역시 혼조의 치밀한 계획으로 얻어낸 것이었습니다. 이 끔찍한 사건은 그에게 있어서 게임에 지나지 않습니다. 혼조는 이른바 사이코 패스입니다.

 


저자의 다른 소설인 <가솔린 생활>에도 이런 양심이 없는 사이코 패스가 등장합니다만, 이번에는 어떻게 해도 이미 돌이킬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이후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괴롭습니다. 무겁고 괴로운 설정이지만 요소요소에 배치된 웃기고 울리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그것을 중화해 주고 있습니다. 분위기를 살리는 것은 역시 치바입니다. 인간의 상식에서는 다소 벗어난 부분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보면 뒤죽박죽이 됩니다. 또다른 사신 가가와와 주고받는 대화가 포복절도하게 만듭니다.

 


죽음은, 그리고 사신은 선과 악을 구분짓지 않습니다. 딸을 잃은 아버지에게라도 당사자의 형편을 가리지 않고 찾아옵니다. 이것이 뭐라 말할수 없이 냉정하게 느껴지지만 누구에게나 죽음의 담당자인 사신이 있으며, 사신이 죽음을 결제하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집니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이야기 할 수 없지만 마음이 뭉클해지는 대목입니다.

 

 

앞서말한 <가솔린 생활> 외에도 가족을 살해당한 남자의 복수극인 <글래스호퍼>나, <모던타임즈>, <골든 슬럼버>등등 저자의 다른 작품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설정들을 팬이라면 금방 발견해 낼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말그대로 '이사카 월드'의 결정판이네요.

 

 

인기있는 시리즈인만큼 언젠가는 치바가 돌아와 또 누군가를 조사하게 되겠지요.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인생의 일주일을 헛되이 보낸다면 백년도 헛되이 보낼 것이라는 야마노베의 말이 하루하루를 한결같이 헛되이 보내고 있는 나로서는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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