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스킨
미헬 파버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영화 <언더 더 스킨>의 원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영상화 하기 좋은 SF소설일거라 생각하고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나온 것이 '데이비드 미첼'의 서문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서문을 읽어내려가는동안 이것은 의외로 심오한 소설이 아닌가 하는 당혹스러움과 함께 이 시점에서 이미 킬링 타임용이라는 생각은 접어두었던 것 같습니다.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감각의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모로 서문의 주인인 데이비드 미첼의 소설과도 많이 닮아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정말 이상하고 감상을 쓰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바닷가에 인접한 스코틀랜드의 시골마을. 주인공은 차를 타고 다니며 히치하이커를 물색하는 한 여성입니다. 큰 안경에 어딘가 조금씩 핀트가 어긋난듯한 비정상적인 외모, 키는 기껏해야 158cm 남짓, 유일한 무기는 신체에 비해 너무 풍만한 가슴. 빈약한 남자들에는 흥미가 없습니다. 여자의 사냥감은 탄탄하고 다부진 건강한 남자에 한정되어 있고 목표를 정하면 시트에 장치된 약으로 잠재워 약속된 장소로 납치해 옵니다. 어떤 의미로는 수집광인 여자, 여기까지는 언뜻 싸이코 서스펜스 류의 이야기를 예상하기 쉽습니다만, 그러나 이후로 모든 예상은 배신당합니다.
  

여자는 어떤 목적으로 히치하이커들을 사냥하는 것인가. 그리고 여자의 이상한 외모와 그안에 숨겨진 비밀은? <언더 더 스킨>이라는 제목처럼 인간의 형상을 한 외관 아래에는 다른 생물이 잠복해 있다는 사실과 함께 그녀의 동료들의 세계를 조금씩 엿보게 되는 동안 상황은 점점 기묘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서스펜스, 호러, 다크 판타지등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듯한 분위기에, 마지막에는 결코 흔치않은 장대한 배경을 드러냅니다. 초현실적인 사건을 그린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의 SF이면서도, 어떤 의미로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가지고 괴로워하는 여성을 그린 우화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이상으로 문학적인 면에서도 주목받을 것 같은 작품이므로, 초지일관 오락적인 요소를 기대하면서 읽으면 미묘하게 따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한 SF소설을 만났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독자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만한 작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고 소감을 들어보고 싶은 부분입니다. <언더 더 스킨>은 저자인 '미헬 파버르'의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또다른 작품 중에는 드라큘라를 모티브로 한 고딕 로멘스 소설도 있다고 하네요. 다음 작이 너무너무 기다려지는 작가가 또 한 명 증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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