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대항해 - 뗏목과 카누로 바다를 정복한 최초의 항해자들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최파일 옮김 / 미지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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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을 떠나 바다로 내딛은 첫발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한걸음이었다.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발견한 것보다도 아득히 오래전에 이미 인류는 바다를 통해 세계 곳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고대의 이 이름없는 사람들은 언제, 왜, 어떻게 미지의 바다로 나서게 되었는가. 이책은 저명한 인류학자인 저자가 세계 각지를 현지조사 하고, 뱃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전설을 모아 인류의 항해사를 그려낸 책이다.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는 화려한 해전이나 대항해시대 탐험가들의 스케일 큰 항해가 아니라, 별자리를 보고 노를 저어 먼바다로 나선 폴리네시아인이나, 돛을 움직여 목재를 옮기던 상인들, 가죽 배에 몸을 의지해 사냥을 하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충실하고 방대한 연구에 입각해 쓰여져 있는 뱃사람들의 이야기는 로맨틱할 만큼 인상적이다.


처음에 사람들은 왜 바다로 나선 것일까. 모험심? 고된 삶에 지쳐서? 그렇지 않으면 종교적인 이유에서였는가. 이책을 읽고 나서 그동안의 편견은 날아가 버렸다. 고대인들이 작은 나무 배에 몸을 싣고 먼 바다로 나설때에는 이미 어떤 위험도 각오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저자는 자신의 경험이나 연구결과로부터 이것을 부정한다. 수평선 너머를 향한 그들의 항해가 결코 단순한 호기심이나 로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류의 위대한 항해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저자는 이러한 모험성을 부정한다. 천체의 위치, 파도의 움직임, 새의 움직임, 경험으로 인해 축적된 모든 지식을 총합해 바다를 읽을 줄 알았던 고대인들은 언제라도 돌아갈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먼바다로 향했다는 것이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여행이 결코 모험이 아니었을 만큼 고대인들은 바다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다. 


수만 년 걸려 구축해 온, 사람과 바다와의 이 관계는, 그러나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갑작스레 다른 형태로 변모해 버렸다. 에필로그를 통해서 저자는 이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낸다. 간단하게 말하면 GPS로 상징되는 현대 기기에 의존한 나머지 인류는 아무런 성찰없이 자연과의 깊은 관계를 포기해 버렸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인류의 위대한 여행에 대해 다룬 보기드문 책이었다. 새삼 바다의 위대함과 무서움을 생각함과 동시에 이런 미지의 세계로 뛰쳐나온 인류의 용기와 지혜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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