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위에서 만나는 특별한 가치

시계, 남자를 말하다 - 손목 위에서 만나는 특별한 가치
이은경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4년 3월

'대한민국 1호 시계 컨설턴트'라는 초 레어한 타이틀의 주인답게 곳곳에서 시계에 대한 저자의 깊은 애정을 확인할수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시계에 먼저 눈이 가는 정도라면 누구라도 그럴수 있지만, 직접 시계를 살펴보고 싶어서 타인에게 일일히 양해를 구한다거나 '번번히 짝퉁시계를 달고 나오는 의사에게 우리 가족의 건강을 맏길수 없다!' 는 마인드의 소유자라면 그리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요.

시계, 이거 정말 매력있는 아이템입니다. 정말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는 카리스마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인이 원하는대로 마음껏 즐기기에는 너무 고가의 제품이 많아 깊이 빠져들기가 엄두가 안나는 면이 있지요. 대체로 큰 맘 먹고 지르고 나면 오랫동안 관심종목에서 사라져 버리기 쉽상인 아이템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너무 끌리지만 많은 열정을 할애하기에는 뭔가 애매한 영역이라고 할까요.

그런 시계라는 놈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하는 계기가 되어 줍니다. 시계라는 것이 단순히 패션 아이템이라는 범주를 넘어서 이렇게 심오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확실히 좋은 것을 좋아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타쿠 수준의 컬렉터가 아니더라도, 고가의 명품 시계를 손에 넣지 않더라도 시계 그자체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니아가 되어 재미를 느낄수 있는 것이군요.

어째서 스위스 시계가 명품으로 손꼽히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변부터, 시계의 종류, 시계의 역사 라던가 브랜드별 특징, 옷차림에 어울리는 시계 고르는 법, 시계 관리법 등등 시계와 관련해서 전방위적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금까지 시계를 관리하는 제대로 된 지식조차 없었으니 나는 얼마나 무지한가! 나름 고가의 아이템으로서 애지중지 한다고 생각해왔던 시계군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애정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소유하고 있는 시계에 좀더 애착을 가지고 제대로 활용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겠습니다. 시계와 관련한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에는 의외로 순종, 윤봉길, 김구의 회중시계 그리고 박정희 전대통령과 관련한 것도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고가의 시계를, 영구히 지녀야 할 골동품으로만 여기지 말고 값어치가 올라갈만한 시계를 장만해 시테크를 해가며 계속 갈아타는 방법도 있었네요. 화려한 리미티드 에디션의 사진들은 두근두근. 당신이 차고 있는 시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가? 지금 옷차림에 어울리는 시계를 장착하고 있는가? 라는 물음에 당혹스러워 질 수 밖에 없는 한사람으로서 대단히 흥미로운 시계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