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한 밀실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히가시가와 도쿠야'다운 느낌의 단편집.

여전히 유머러스하긴 하지만 먼저 소개된 '이카가와 시' 시리즈와 비교하면 다소 유머의 힘을 빼고 담백해진 느낌입니다. 아니, 실은 여기에 실린 단편들이 먼저 쓰여진 작품들이라고 하니까, 이후의 작품들에서 더 개그적인 요소가 늘었다는게 맞는 말이겠네요. 안락의자 탐정이 나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몸개그등을 구사하기 힘들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표제작인 <어중간한 밀실>을 제외하고는 대학생인 '빈'과 '미키오' 콤비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앉은자리에서 뚝딱 해결하는 것이 메인입니다. 표제작 조차도 인물만 다를 뿐 이러한 형식은 같습니다. 신문이나 편지에 쓰여진 단서만으로 깨끗하게 트릭을 풀어냅니다. 전체적으로는 가벼운 분위기이고, 예상할 수 있을것 같은 트릭도 있지만,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기도 하고, 전혀 예상외의 트릭도 있습니다. 복잡하지 않고, 스토리도 심플해서, 가볍게 두뇌게임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어중간한 밀실>은 화자인 가타기리와 탐정역인 도가와가 어느 오래되고 지저분한 찻집에 앉아 신문 기사만을 바탕으로 추리를 해 나갑니다. 테니스 코트 안에서 발견된 칼에 찔린 변사체. 코트는 안쪽에서 열쇠가 잠겨있었고, 주위는 높이4미터의 철망으로 둘러쳐져 있습니다. 잠겨져있긴 하지만 철망을 넘을수는 있기 때문에 <어중간한 밀실>이라는 제목처럼 완전한 밀실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범인이 안쪽에서 열쇠를 잠그고 나서 철망을 넘어 도망친 것인가 하는 평범한 추리로 시작하지만 최종적으로 도출해내는 진실은 너무나 딴판입니다. 개그가 많지 않고 진중한 인상때문에 저자의 의외의 모습을 보았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남쪽의 섬의 살인>의 결말도 의외였습니다. 여행지에서 친구가 보내온 편지 속에 사건을 '빈'과 '미키오'가 추리합니다. 전라의 남자가 시체로 발견된 사건인데 '전라' 라는 포인트 이외에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 문제입니다. 해외독자로서는 공평하지 못한 면이 있지만, 이 또다른 포인트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드러나는 진실이 재미있습니다.

 

<대나무와 시체>는 누구나 예상할 법한 트릭을 한번 더 꼬아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아주 오래된 신문에 실려있는 미스터리한 기사의 진실을 밝혀내는 이야기입니다. 17미터 높이의 대나무 끝에 목이 매달린 채 발견된 어느 노파의 시체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것은 처음에 누구나 예상했다고 생각하기 쉬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예상한대로 진행되던 이야기가 갑자기 급선회 할때는 조금 당혹스러웠습니다.

 

<10년의 밀실.10분의 소실>은 이 작품집에서 가장 스케일이 크다고 생각되는, 건물이 사라지는 트릭, 그리고 <아리마 기념 경주의 모험>은 범행시간과 관련해서 알리바이 깨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으로 수수하지만 저자의 팬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단편집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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