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

보이지 않는 이웃의 살인자 ㅣ 니나보르 케이스 (NINA BORG Case) 2
레네 코베르뵐.아그네테 프리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2월

유럽 사회의 인종갈등이나 이민자 문제가 우리로서는 아직 체감온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이미 우리에게도 향후 커다란 사회문제로 닥치게 될것을 예감케 하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종교적, 사회적 갈등에서 비롯된 다양한 문제나 테러를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예전처럼 그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전보다 그들의 문제에 더 많이 알게 되고, 귀 기울이고,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이 최근 유럽작가들의 스릴러 소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원인중에 하나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북유럽 발 스릴러 '니나 보르' 시리즈 2편 <보이지 않은 이웃의 살인자>입니다. 시리즈 첫번째 작인 <슈트케이스 속의 소년>을 읽고 돌아선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곧바로 후속작이 소개되어서, 전편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테러를 소재로 한 이야기입니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인 '니나 보르'는 강인한 육체의 특수요원도, 명석한 두뇌의 프로파일러도 아닌 그저 평범한 주부입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난민들을 위헤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테러를 소재로 한 이 이야기에서의 직접적인 활약은 미비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민자들,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소수 약자들의 아픔이나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에는 최적화 되어 있는 인물입니다. 사건의 해결은 주부가 아니라 경찰이 하는 것이지요. 슈퍼 히어로는 없지만 현실문제에 대한 체감온도가 높아 진중하고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헝가리 북부의 구 소련군 주둔지에서 두 집시소년이 돈이 될만한 물건을 찾다가 콘크리트로 봉쇄된 폐쇄병원 안에서 엄청나게 위험한 물건을 손에 넣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이 물건이 덴마크로 흘러들어오면서 난민들을 돌보던 니나 보르마저 피해를 입고 맙니다. 덴마크 대테러국의 쇠렌 경감과, 딸과의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니나 보르, 그리고 지겨운 집시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지만 좌절을 겪게 되는 법학도 샨도르가 얽히는 이야기는 최악의 상황으로 굴러갑니다.
  

스릴러 소설이면서도 사회현상에 대해 모성애로 대변되는 여성적인 시선과, 배려심을 많이 느낄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두 여성 작가 콤비가 만들어 낸 니나 보르라는 주인공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흡입력 있는 이 시리즈의 예고된 다음 작은, '학대를 견디다 못해 약혼자에게 칼을 휘두른 24살 여성 나타샤. 그녀가 경찰서를 탈출한 밤에 약혼자가 얼어붙은 시체로 발견된다.' 라는 내용인듯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다음 이야기도 기대됩니다. 딱히 얼어붙은 시체가 기대되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