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번째 배심원
아시베 다쿠 지음, 김수현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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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국 영화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배심원제' 이지만, 확실히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제도다. 실은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부터 '국민 참여 재판'이라는 이름으로 배심원 제도가 시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그것과는 다르게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영화속 배심원제와는 별 관계가 없다. 이런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인 듯 한데, 일본의 경우에는 전쟁 전에는 그런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우리와 마찬가지로 쭉 없는 상태.

 

<열세 번째 배심원>은 이런 배심원제가 부활한 일본을 무대로 전개되는 본격 미스테리이다. 저자는 <홍루몽 살인사건> 이후 한동안 소개가 뜸하던 '아시베 타쿠'.
전문적인 법지식을 갖추지 못한 일반 시민에게 사법적 판단을 맡기는 것이 과연 옳은가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그 장단점을 알기 쉽게 해설하면서 법정물로서도 재미있다. 게다가 DNA조작을 통한 '인공누명 계획'이라는 요소까지 더해져 있어서, 지금까지 전혀 본 적 없었던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가공의 살인 사건을 꾸미고 경찰과 매스컴이 어떤 식으로 범죄자를 만들어 내는지 고발하자는 무모한 계획이 바로 '인공 누명 계획'. 이 기획에 참여한 '다카미 료스케'는, DNA 감정조차 속이고 전혀 본적도 없는 여자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보기좋게 뒤집어 쓴다. 그리고 부활한 배심원제 하에서의 첫번째 재판이 열린다. 

 

소설 전체에 걸쳐 진행되는 인공누명 계획도 재미있었고, 후반의 변호사인 모리에 슌사쿠가 도전하는 배심원 재판의 향방도 대단히 흥미롭다. 배심원 제도의 부활, DNA 감정의 신뢰성 등등 흥미를 끄는 소재가 풍성하다. 그리고 이 모든것이 포석이었음을 깨닫게 하는 결말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마지막에 변호사인 모리에가 법정 안에서 12명의 배심원들을 향해 던지는 메세지의 깊은 의미이다. 그리고 배심원들의 반응... 생각지도 못한 이 장면에 이 이야기의 모든 것이 응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파적인 소재와 문제의식을 드러내면서도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매력도 잃지 않는, 2마리의 꿩을 다 잡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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