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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입니다. 코드가 맞는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저자의 상상력이 우리와는 궁합이 잘 맞는듯 합니다. 한국은 저자 본인에게는 기회의 나라인 셈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베르베르의 책을 읽다보면 한국에 대한 애정이 물씬 느껴집니다. 한국인들이 여느 헐리우드 영화에서처럼 어눌한 아시아인의 이미지가 아니라 능력있고 특출난 사람들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저 흘러가는 대사 속에 잠깐 언급되는 식이더라도 이렇게 한국에 대해 늘상 애정을 표하는 작가에게 애착을 가지지 않을수가 없지요. 그런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개미이후로 딱히 소개되는 작품이 없는 것 같네요.
제3인류는 현생 인류 이전에 존재했던 거인족의 화석이 탐사대에 의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무려 17미터나 되는 거인으로 <호모 기간티스>라 명명됩니다. 평균신장이 고작 170cm 밖에 안되는 지금의 인류의 조상이 실은 17미터나 되는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로운 설정입니다. 그러나 인류 이외의 다른 생명체들이 진화해온 발자취를 보면 모든 생명체는 점점 몸집을 줄여오는 쪽으로 진화해왔습니다. 거대한 것이 결코 생존에 유리하지는 않았기 때문이겠지요. 인류가 예외가 아니라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을듯 합니다.
그렇다면 현생인류도 언젠가는 멸종할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종말을 맞이할 것이며 우리의 후손들은 어떤 형태로 진화할 것인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롭습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소설속에서 그리고 있는 특정시점의 미래의 모습이 실소를 자아낼때가 있습니다. 너무 시간을 촉박하게 잡았다고 할까요.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지도 한참인 서기 2천년을 차들이 날아다니고 로봇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들과 뒤섞여 사는 곳으로 묘사하는 작품은 많지요. 밀레니엄 첫날에도 집앞 골목길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아날로그 냄새 물씬 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고작 몇십년 후를 너무 먼 미래로 생각했다던가 과의 빌전속도를 과대평가 했다던가 해서 그런것일텐데, 사실 점쟁이가 아닌 이상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책에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이책을 읽을 독자들을 의식한 장치가 있습니다.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상대적임을 저자는 초반에 밝히고 시작합니다.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시점으로부터 10년 후의 이야기라나 뭐라나. 언제 읽어도 이 책속의 내용은 10년 후의 다가올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요.
사실 이 책속에 그려진 미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예측한다기보다는, 지금 인류가 지구를 얼마나 망치고 있으며 이로인해 결국 인간은 오래전 멸종된 인류의 조상처럼 우리 스스로 잊혀진 과거의 종이 되고 말것이라는 지금의 염려를 확인시켜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아의 방주처럼 새로운 행성을 찾아 10만의 인구를 태우고 우주로 나아가는 배. 그들의 후손의 후손때 쯤 언젠가는 지구와 같은 곳을 찾아 현생인류를 이어갈수 있을거라는 발칙한 시도들도 언급되지만, 우리는 댓가를 치뤄야 합니다. 텔로미어의 손상을 막아 영원한 삶을 얻겠다고 하지만, 이미 스스로 현생인류가 생존하기 힘든 환경을 만들어 놓고 몇몇이 억지로 생명연장의 꿈을 이어가보아야 멸종위기에 놓인 이상한 동물 취급이나 받지 좋은 일은 별로 일어날 것 같지 않습니다. 자연의 섭리라면 따라야지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만의 독특한 철학과 상상력이 결합된 소설이었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현대인을 위한 우화라는 생각도 드네요.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 소설속 가이아의 그 독백들이 따끔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