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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심판 1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속삭이는 자>에 이은 '도나토 카리시'의 두번째 작품입니다.
실제 해외 범죄사례 중에, 타인을 살해하고 그 사람의 신분을 훔쳐 살아가던 자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카멜레온 연쇄살인범이라 불리며 범죄학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연쇄살인범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이 'N.N.' 이라는 범죄자와, 바티칸 내의 악의 도서관이라는 두 재료를 잘 버무려서 치밀하게 구성해낸 이야기입니다. 본래 하나만 해도 흥미로운 소재들인데, 이 두개를 결합할 아이디어가 떠올랐을때 아마 저자는 무릎을 쳤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쓰던 소설작업을 전면 중단 하고 이 이야기에 올인한 것이겠지요. 전혀 다른 두 소재를 본래 하나였던 것처럼 스무스하게 엮어냈습니다. 콜라보의 완성도로서뿐만 아니라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주제의식에서도 단순한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넘는 깊이가 느껴집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한 여의사가 구조요청을 받고 찾아간 집에서 황당하게도 오래전 목이 잘린 상태로 살해된 동생의 유품을 발견하게 됩니다. 빨간색 롤러스케이트 한짝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슴에 '날 죽여라'는 문구가 세겨진 위급한 남자. 동생을 살해한 자인줄 알면서도 여의는 남자를 살려냅니다. 그러나 이 남자는 그저 동생을 죽인 원수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위험한 연쇄살인범이었습니다.
미심쩍은 남편의 죽음을 파헤치는 경찰의 법사진 전문가 산드라, 여대생 실종사건을 뒤쫓는 바티칸의 내사관...
바티칸의 사제들과 여형사, 연쇄살인범의 사정이 치밀하게 얽혀갑니다.
전작인 속삭이는 자도 그랬지만 이 작품에서도 역시 헐리우드 식의 악당이 아니라 실제 사례에서의 심리 분석을 바탕으로 한 논리적인 유형의 범죄자가 등장합니다. 저자 본인이 이미 이탈리아의 유명한 범죄학자이자 연구가이기 때문에 전공을 십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이러한 저자의 연구경험과 각종 사건에서의 경력이 바탕이 된 인물의 심리묘사는 대단히 사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인간이란 누구나 범죄자로 타고나는 것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누구라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순간은 있습니다. 단순히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라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선택지에 선 사람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는 작가이기 때문에 써낼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