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탄생

칭기즈칸 1 - 제국의 탄생 ㅣ 칭기즈칸 1
콘 이굴던 지음, 변경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7월

인류 역사상 가장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던 정복왕 칭기즈칸의 일대기, 그 3권 중 첫번째인《제국의 탄생》편 입니다. 여기에는, 아직 칭기즈칸이라는 칭호를 얻기 이전의 어린 테무친이 갑작스럽게 닥쳐온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고, 오랜 세월 몽골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분쟁을 일삼고 있던 작은 부족들을 하나로 모아 대제국의 발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담겨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너무나 유명한 푸른늑대의 전설, 그 도입부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1권이면 아직 초반에 지나지 않지만 700여 페이지의 책에 나뉘어 담겨져있는 이야기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방대합니다.

저자는 카이사르의 일대기를 그린《엠페러》의 작가 '콘 이굴던'. 역사소설가로서의 저자에 대한 신뢰와는 별개로, 동양문화의 익숙치 않은 서양작가의 손으로 쓴 칭기즈칸의 일대기는 아무래도 역사적 사건의 나열에 치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습니다만, 오히려 의도적으로 그런부분은 배제하고 소년 테무친이 위대한 리더로 성장해가는 동안 인간적,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과 그들 특유의 문화를 그리는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몽골을 방문해서 유목민들과의 현지생활을 체험하는 등 직접 몸으로 부딧힌 취재의 긍정적인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유목민의 삶과 정신은 우리로서도 익숙한 것은 아니지요. 그런 그들 특유의 삶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와 정신, 그리고 수많은 소부족들이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충돌하던 12세기의 몽골 초원의 광경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늑대들' 부족의 위대한 칸인 '야수게이' 의 둘째아들로 태어난 테무친은 자신의 신붓감을 구하러 떠난 길에서 타타르족의 습격으로 아버지를 잃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가장 신뢰하던 가신 엘루크로 부터 배신 당해, 갓 여동생을 출산한 어머니와 형제들과 함께 버려져 생존을 위한 처절한 투쟁을 시작합니다. 고작 12살의 나이에 짊어지게 된 가혹한 시련과 싸우던 이 시기동안 테무친은 강인한 전사로 성장해 갑니다. 그리고 몽골 땅 전역에 흩어져 있는 부족들을 통합해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는 결심을 다져갑니다.

이런 고난과 투쟁의 시간이 없었다면 어쩌면 칭기즈칸은 수많은 유목민 부족의 평범한 일원으로 살아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푸른늑대의 전설도 물론 없었겠지요. 소년 테무친이 거대하고 원대한 꿈을 꾸게 되는 과정에 더해서, 한사람의 인간으로써의 칭기즈칸을 지켜볼 수 있어서 더 흥미로운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