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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정글만리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가장 가까운 나라이면서도 중국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체제가 다름으로 인해 서로 오랜동안 단절되어 있었던 탓이 크겠지만, 이미 죽의 장막을 걷어낸지 한참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알듯 모를듯 그 거리감이 쉽게 좁혀지지는 않는다. 전 세계 경제가 합심이라도 한듯 중국을 쳐다보고 있는 지금, 서양인들은 비즈니스 상의 유리함 때문에 중국과 비슷한 문화와 풍습을 가진 우리나라를 부러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엄연히 다른 중국인들의 생각을 우리 문화에 끼워맞춰도 된다는 선입관이 오히려 중국을 똑바로 바라보는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다년간 중국에서 생활한 중국통조차도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에 대해서 아는척 하기를 꺼리게 된다고 하니, 단지 비슷한 문화권에 속해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가 중국사회를, 중국인들의 민족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동안 많은 조언들이 있었겠지만, 이책을 읽고 난 지금, 앞으로는 '중국을 알고 싶으면 우선 정글만리를 읽어라'라는 추천의 말을 흔히 듣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과연 어떨런지.
중국 여대생과 사랑에 빠진 유학생 재형과, 재형의 외삼촌인 유력 종합상사의 부장 전대광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안에 한국인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에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이 그려져 있다. 비즈니스 등의 특정 분야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인물들로부터 파생되는 여러 사연들과 그들의 생각을 통해 중국이라는 나라의 경제, 사회, 역사, 문화 등 전방위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진다. 우리와 중국의 비교뿐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 프랑스등의 서방세계의 비즈니스 마인드와도 비교하면서, 중국인들의 민족성과 그것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원류를 찾아간다.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친밀하게 다가가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스텐스와 향후 중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예상까지, 소설인듯 하지만 중국에 대한 꼼꼼한 교본이고 조언으로서 받아들여진다. 흥미진진하고 스펙터클한 스토리를 기대했다면 다소 헛짚었을수도 있다. 대신에 가장 쉽고, 깊이있게 '중국' 을 알수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니 그리 섭섭해 할 것도 없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공산당 정부는 과거 중국왕조를 옮겨놓은 것이며, 마오쩌둥은 새로운 왕조를 건설한 황제의 카리스마를 복원한 사람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황제처럼 행동하고 황제같은 대우를 받았다"는 어느 중국학자의 말이다.
자본주의의 유입으로 급속도로 민주화의 바람이 불어닥칠거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이 잘 맞아 떨어지고 있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지 모른다. 껍데기는 이리저리 바뀌었어도, 결국 알맹이는 몇천년을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그 중국인 것이다. 변화무쌍한 현재의 시류를 따라잡으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국을 알기 위해서는 이런 한결같은 중국을, 뿌리깊은 민족성의 DNA를 아는것이 먼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