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은 유머를 싣고

교환살인에는 어울리지 않는 밤 ㅣ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신주혜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8월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로부터 시작되는 '이카가와 시' 시리즈의 제 4탄입니다. 시리즈 순서대로 번역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어느것부터 읽어도 별로 지장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밀실을 향해 쏴라》에 이은 두번째 독서입니다. 유머라던가, 등장인물의 개성뿐만 아니라 범죄에 사용된 트릭까지 전체적으로 이전 작보다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 시리즈는 우선 유머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읽고 있자면 무심코 웃어 버리게 되는 문장이나 장면이 많습니다. 등장 인물의 캐릭터도 심각하지 않고, 사립탐정 우카이와 그 제자 류헤이가 썰렁한 개그를 날리면서 사건을 해결로 이끄는 전개도 대단히 쾌속 템포의 진행이라 상당히 밝고 즐겁습니다.

이번작에서는 친숙한 이들 형사 이인조 외에도, 건물주인 이케미씨와 초매력 백치미 캐릭터인 사쿠라 아가씨까지 재등장해서 각각의 인물들이 팀을 이룬 3개의 상황이 번갈아가며 그려집니다. 특히 사쿠라의 지인인 사이코라는 여배우의 다면적인 캐릭터가 매우 매력적입니다. 조연이면서도 이번작은 그녀의 독무대라고 말하듯이 대활약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첫등장인(첫등장이라면 첫 등장인) 미녀형사 이즈미와 함께 몇번이나 웃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방식으로는 간혹 얍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만, 이 시리즈에서는 아무튼 사소한 일입니다. 제목에 당당히 '교환 살인' 이라고 밝히고 있다고는 해도, 교환살인만으로 끝나지 않는 더 큰 장치가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당황할 필요는 없습니다. 복선도 교묘해서 결말에 놀라는 사람도 많이 있을 듯 합니다. '유머 미스터리'라고 하면 트릭 자체의 퀄리티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기 쉽지만 미스터리로서의 완성도도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