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의 7일
미우라 시온 지음, 안윤선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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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인공 아카리는 해외로맨스 소설을 번역하는 일을 하는 독신여성. 남자친구인 칸나와는 반 동거중이다. 중세 기사와 여왕의 사랑 이야기의 번역을 의뢰받아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회사를 때려친 칸나가 돌아온다. 이해할수 없는 그의 태도에 곤혹스러워하던 아카리는 자신의 뒤틀린 심사를 무심코 소설속 주인공들에게 터뜨려 버린다. 스토리는 원작에서 벗어나 점점 번역이 아닌 창작에 가까워져 간다.

 

현실과 소설속 2개의 이야기가 서로 엇갈리며 펼쳐지는 신감각 연예소설이랄까. 그동안 로맨스 소설에 대해서는, 그저 막연히 연예소설을 말하는 것이려나 생각해 왔었는데 이제는 조금 알것같은 느낌. 로맨스 소설이란 고난속에 피어나는 어쩐지 달콤한 향이 나는 사랑이야기를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한없이 몽상에 가까운.

 

여주인공은 아름다우면서도 현명해야 하고, 게다가 착하고 상냥하기까지 하지 않으면 안된다.

상대역인 남자는, 강하고 마음 따뜻하고 약간은 비밀을 감추고 있으며, 또한 그 듬직한 가슴은 반드시 털이없고 반들반들해야 한다.

운명의 장난에 아슬아슬하게 놀아나면서도, 마지막에 여주인공은 진실한 사랑을 손에 넣어 행복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아카리의 터무니 없는 번역에는 몇번이나 웃고 만다. 기사는 죽여 버리고, 여왕은 기사의 둘도 없는 친구와 동침을 하고. 창작이 되어버린 번역의 끝에는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를 기대하는 재미가 또 메인스토리와는 별개로 쏠쏠하다. 아니, 오히려 이쪽이 더 좋았었는지도.

 

분명히 믿고 있으면서도, 사랑에 빠져있는 여자의 심리는 불안하다. 의심하지 않으려 하는데도 아주 사소한 일 하나가 마음에 폭풍우를 불러온다. 무조건 상대를 믿고, 그러면서 또 무조건 상대를 이해하고, 이 두가지가 동시에 가능한 사람은 사실은 의외로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칸나가 더 대화를 시도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인이라고는 해도 결국은 타인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달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무성의하고 이기적인 부탁이다. 서로가 서로를 더욱 깊게 이해할수 있게 되는 것은 결국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닐까.

 

확실하지 않은 아카리와 칸나의 미래. 언젠가는 둘이 같이 웃을수 있는 날이 다시 찾아오길 원하지만 그건 그저 바램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현실은 결국 현실일 뿐, 로맨스소설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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