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코스투라 1 - 그림자 여인 시라 샘터 외국소설선 9
마리아 두에냐스 지음, 엄지영 옮김 / 샘터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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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페인 현지에서는 반년만에 20쇄 이상을 거듭하며 35만부 넘게 팔아치웠다는, 내전을 배경으로, 한 여성의 기구한 운명을 그린 역사 대하 로망이다. 아마도 저자는, 역사의 큰 파도를 묘사하고 여기에 실재의 인물과 가공의 인물을 적절히 섞어내면서, 그 파도 한가운데에 말없이 삼켜져 가는 사람들, 그렇지만 사력을 다해 물살을 가르고 헤엄쳐 나아가는 '인간의 힘' 이라는 것을 그리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스페인어로 바느질, 재단을 뜻하는 <라 코스투라>라는 제목은, 그러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사를 자아내던 사람들의 인생을 표현하고 있다. 스페인 내전은 한국인에게는 그다지 친숙한 역사가 아니지만, 그 경위에 대해서는 디테일한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제 2차 세계대전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어 신선하게 느껴진다.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세세한 배려도 담겨 있고, 또 당시 모로코의 거리풍경이나 패션도 충실하게 재현 되고 있어서, 당시의 상류계급의 생활상이 또렷하게 눈앞에 떠오른다.

 

시종 일인칭으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주인공 시라의 캐릭터가 소설의 이미지를 좌우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텐데, 이 시라라는 여인으로 말할것 같으면 초반에는 소설의 주인공 치고는 드물게 우유부단하고, 우물쭈물 하는데다, 쉽게 부화뇌동 하는 면이 있어서, 그래서 지켜보고 있는 게 초조해질 정도다. 그런데 막상 옷을 만들기 시작하면 대단한 솜씨를 발휘한다. 어딘가 천재풍의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 주위에 쉽게 휩쓸려 다니던 답답한 여인이 이야기의 종반에 이르러서 마침내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 결심하는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불러 일으킨다.

 

한명의 여성을 둘러싼 현실 역사로부터, 모든 가능성을 간직한 역사의 품의 크기, 어딘가 신화적인 세계관이 드러나는 에필로그의 마지막 2 단락은 감동적이다.

 

2권짜리 매우 긴 소설이지만 가독성은 대단히 높은 편. 격동의 시대를 살아 남은 여성에 대한 공감과 정확한 역사 묘사, 영상적 묘사등이 아마도 이 소설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린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이미 스페인에서 TV드라마화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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