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대왕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해충방제사들이 여자들에게 엄청나게 인기가 많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쥐와 해충으로 인해 잔뜩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여자들이 마치 흑기사처럼 눈앞에 나타나 위기로부터 구해주는 해충방제사들을 사랑할수밖에 없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도 할수있는데 말입니다.

불안한심리 상태와 자신을 구제해준 이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 등이 복잡하게 뒤얽혀 여자들은 쉽게 사랑의 열병에 빠지고 맙니다.

이렇듯 에로틱한 흡입력에도 불구하고 해충방제사들의 존재가 일반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은 있는듯 없는듯 음지에서 암약하는 이들의 철저한 행동방식 때문입니다.

 

해충방제사의 가장 큰 덕목이 다름아닌 눈에 띄지 않는 외모라는 데서 보듯, 평소에 이들은 철저하게 일반인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대부분의 해충방제사들이 평균키와 적당한 체격, 머리색깔도 어정쩡하고 숱도 중간인 평범한 외모를 하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입니다.

이러한 노력의 표면적인 이유는 누구도 자신의 집에 해충방제사가 와있다는 것을 주위에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이는 곧 해충방제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의 주의도 끌지않으면서 어떤 비밀스런 일도 해낼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만약 우리가 사는 이 도시를 움직이는 배후가 있다면 가장 유력한 집단으로 해충방제사를 의심해 봐야 할것입니다.

 

맨인블랙이라는 영화에서는 지구에서 암약하는 외계인들을 감시하는 거대한 비밀조직에 대해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속 <베를린 대왕>의 말에 따르면 이 영화가 그리고자 한것이 외계인의 활동을 감시하는 비밀조직이 아니라 바로 해충방제사의 일상적인 직업생활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실상을 직접 다루는 것은 정치사회적으로 너무 위험한 시도이기 때문에 피치못하게 외계인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온갖 신비주의와 매력으로 뒤덮인 이들이 지금 이순간 어떤 짓을 하고 돌아다닌다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해충방제사를 중심으로 한 독특한 발상의 꼬이고 꼬인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실화니 뭐니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요. 베를린에서 발생한 어느 살인사건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베를린의 쥐떼, 그리고 이 쥐들을 조종하는 누군가와 독일 최대의 해충방제 기업이 뒤얽힌 유머 미스터리입니다.

 

유머 미스터리라고 해서 코미디를 연상하면 그것과는 조금 다른것 같습니다. 뭐랄까. 우스꽝스런 현실과, 사회와, 우리들의 살아가는 방식, 포장하지 않은 인간의 모습 등등... 보통의 스릴러와 비교하자면 복잡다단한 인간의 감정중에서 덜 멋진것들을 취사선택해서 쓰고 있다는 면이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무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가볍지도 않은, 오히려 우스꽝스런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 더 현실같은 기분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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