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이력서 - 오만불손한 지배자들의 역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이정모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세렝게티에 찍힌 세계최초의 가족사진에서부터, 마천루가 즐비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우리들에 이르기까지 수만년에 걸친 인류 역사의 모든것이라고 해도 좋을 장대한 이책을 읽고나서 느낀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는 지금 그 짧은 이력서에 급하게 방점을 찍어내려가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어마어마하게 긴 지구의 역사속에서 인간의 역사는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논할수 있을만큼 찰나에 지나지 않으며, 그나마도 지금은 급격하게 노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50억년에 가까운 지구의 역사 속에 처음 생명체가 나타난 것이 지금으로부터 38억년전이라고 한다. 이 생명체의 탄생 이후 인류가 유인원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때가 7백만년 전, 그리고 현생인류가 생겨난 것은 불과 2백만년전이다. 생명탄생의 역사와 비교하면 인류의 나이는 정말이지 터무니없이 짧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역사책을 통해 배울수 있는 역동적인 역사의 비율은 이 2백만년 중에서도 단 1퍼센트도 차지하지 못한다고 하니 새삼 놀라고야 만다.

 

인류는 전체이력 중 90퍼센트 이상의 기간을 구석기 시대로 보냈다. 이 기간동안 돌을 이용해 도구를 만들어내고 불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다른 생명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편의성과, 정신적 육체적 진화를 이루어 냈지만, 지금의 우리들과 같이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고 자연을 변화시켜 터전을 만들어가는 역사는 이 중에서도 대략 만 이천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짧다면 짧은 만 여년 동안에 인류는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땅덩어리를 차지하고 전쟁을 벌이고 우리가 아는 모든 다이내믹한 역사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최근 백수십년 사이에 걸쳐서는 인류의 역사보다도 훨씬 오랜시간동안 축적되어온 지하자원을 거덜내고 있으며 이에따른 생태계의 파괴를 필연적으로 불러오고 있다.

 

전체적으로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니컬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인류의 이력 전체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모르고서는 현재를 논할수 없고, 현재의 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서는 밝은 미래도 없다는 의미에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인류의 이력서가 더 나은 미래로 가기 위한 거울이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 현생인류도 언젠가는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종에게 지금의 자리를 넘겨주는 날이 오겠지만, 아직 남아있는 이력서의 공란은 어쨌든 우리가 채워나가야 할 우리의 몫이라는 것을 상기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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