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의 기술 1 NFF (New Face of Fiction)
채드 하바크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최근 한달 넘게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바쁘게 살았던 데다가 컨디션 난조까지 겹쳐 난독증 비슷하게 된 상태에서 '채드 하바크'의 <수비의 기술>을 간신히 끝마쳤다. <수비의 기술>로 말할 것 같으면 뉴욕타임즈나 미 아마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초 화제작중 하나였다. 고난의 행군 속에서도 읽을만한 가치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기본 축은 단순 명쾌한 청춘 스포츠 소설인데, 여기에 부모자식 간의 애정과 마찰, 남녀 사이의 연애, 혹은 동성애 관계등이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다. 이 각각의 요소들을 다루는 방법이 이책의 제목처럼 상당히 기교있고 기술적이라 어느 부분을 읽더라도 금새 빨려들고 만다.

 

수비에서의 천재성을 인정받아 웨스티시 대학의 약소 야구부에 들어가게 된 헨리는, 끊임 없는 노력이 결실을 맺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끌 정도로 성장하지만, 시합중의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극도의 슬럼프에 빠진다. 그런 와중에 팀은 보기 드물게 연승 행진.

긴박한 시합 장면이나 헨리의 글러브를 다루는 기술에서는 스포츠 세계의 승부와 기술이 가져오는 감동이 느껴지지만, 절망의 늪에 가라앉은 헨리의 모습은 확실히 청춘의 수비실책 그 자체다. 피를 토할 듯한 괴로움으로 부풀어 터져 버릴 것 같은 심장. 지나가 버린 방황의 시기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극도의 슬럼프에 빠진 헨리에게 부활의 날은 찾아올까? 만약 찾아온다면 어떤 방식으로 헨리는 회복하게 될 것인가? 이것이 이 이야기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가 된다. 절망에 늪에 가라앉은 헨리에게는 상당히 감정이입했다. 그리고 이후의 전개는 깔끔하다. 헨리의 수비 재능으로부터 시작된 서두의 장면과 잘 어울리고, 전체적으로도 기승전결이 선명해서, 그야말로 기술적인 전개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자세하게 쓸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이러한 헨리의 인생에 더해서, 팀메이트나, 동성애자까지 포함한 그 연인들의 인생도 차분히 그려진다. 장래의 꿈, 연애, 우정, 부모 자식 간의 사랑등이 테마가 되기 때문에, 부부싸움, 사소한 사랑 싸움등 언뜻 멜로드라마의 색채도 강하지만, 별로 관계없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의 갈래들이 점점 결합되고, 마침내 주된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클라이막스로 수렴 해 나가는 전개는 그야말로 작가의 기술이다. 단순한 이야기의 매력을 기술적으로 최대한 끄집어내고 있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하기만 하다면 더할 나위없지만 이 세상은 어쩔 수 없는 현실로 가득 차 있다. 때로는 절망과 마주할 때도 있다. 그러한 현실을 잊게 해 주는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이책이 해줄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재미에서만큼은 그저 호수비에 그치지 않고 9회말 역전 만루홈런과 같은 통쾌함이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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