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 55
파트리크 라페르 지음, 이현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욕망이란 놈은 만족이란 것을 몰라서 하나를 손에 거머쥐면 곧바로 또다른 무언가를 탐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완전한 욕망의 해소란 있을수가 없다. 인생이란 게 원래 이렇게 새로운 욕망을 느끼고 그것을 적당히 채워주기를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뿐인지도 모른다. 어느날 문득 이것을 자각하게 된다면, 이때가 바로 인생의 허망함을 깨닫는 순간이다.

 

"내 생애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녀를 사랑했다"는 주인공의 독백은 끝이 아닌 또다른 욕망의 전조처럼 들린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후회없이 불사를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되었어야 할 터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인간의 욕망이란 보다 큰 것을 얻고 나면 나머지 작은 욕망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그런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를 얻으면 그 이상을 바라게 마련이고, 세상은 하나를 얻는대신 다른 것을 잃게 되는 상대성으로 가득 차 있다.

 

경제적으로는 아내에게 의존한 채 의약품 설명서나 과학 관련 기사를 번역하면서 그저 그런 지리한 나날을 보내던 루이 블레리오라는 남자가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노라와 사랑에 빠져 그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고 오랫동안 외도를 이어오고 있다. 한편 노라는 루이와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 있으면서, 동시에 하버드 출신의 유능한 증권중개인인 머피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노라는 두 남자 사이에서 자유롭게 오가며 줄타기를 한다. 루이에게서는 열정적인 사랑을, 머피에게서는 의지가 되어주기를 기대하면서.    

 

모든 욕망을 한방에 채워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래서 이들은 순간순간 이끌리는 대로 욕망의 고리 위를 끊임없이 옮겨 다닌다. 아내와 노라, 그리고 블레리오와 머피 사이에서. 서로의 욕망이 상충하고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에 인생 최고의 사랑을 하고 있다면서도 때로는 좌절하고 행복하지 못하다. 각각의 욕망의 교집합을 찾아 타협하고 인내하고 밸런스를 조절해가야 하는, 그래서 인생이 힘들고 사랑은 어렵다. 

 

한때는 청춘이었을 노년의 부모님의 삶은 블레리오의 현재와 대비되서 인생이 얼마나 짧고 덧없는지를 보여준다. 대사를 구분하지 않고 독백처럼 사랑으로 인한 갈등이나 아픔을 읇조리듯 이야기하는 문장이 어쩐지 쓸쓸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