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 미 샘터 외국소설선 7
리사 스코토라인 지음, 심혜경 옮김 / 샘터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그동안 명작 SF소설을 소개해 오던 샘터 외국 소설선 7번째 작품은 의외로 SF가 아닌 스릴러였다. 세계 서스펜스 걸작선에 수록된 단편으로만 만나볼 수 있었던 '리사 스코토라인'이라는 작가의, <세이브 미>라는 모성애 스릴러 소설이다.

 

스릴러 소설에서 모성애라는 표현은 별 의미없는 것일수도 있고 책을 읽고 난 독자의 입장에서 그저 느낀대로 한번 붙여본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딸에 대한 엄마의 무한한 사랑이다. 신이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엄마라는 존재를 창조했다고 하던가. 마치 아기 캥거루를 주머니에 품고 있는 엄마 캥거루의 초조함과 같은 절절한 애정이 전편에 흐르고 있다.

 

리즈버러 초등학교 3학년생으로 왕따를 당하고 있던 딸 '멜리'를 가까이서 지켜보기 위해 급식도우미를 자처했던 로즈는 갑작스런 폭발사고로 아수라장이 된 학교 건물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딸을 찾아 구해낸다. 위대한 모성애의 승리이자 또 한명의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후의 상황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로즈가 자신의 딸을 구하기 위해 다른 아이들을 위험에 방치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사고직전에 딸 멜리를 괴롭히던 아만다라는 소녀를 나무라던 로즈의 행동이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 아만다는 지금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얼굴에 있던 커다란 반점 때문에 어딜가나 왕따를 당하는 어린 딸, 갖은 의혹과 추측을 기정사실화 해서 왜곡보도하는 언론, 그리고 이 왜곡된 정보를 여과없이 받아들여 마녀사냥하는 군중심리 등 현대사회의 폐해로 지적되는 많은 문제들이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평화롭던 로즈의 가족을 덮쳐온다. 그런 와중에도 현재 자신이 겪는 고통을 어린 딸이 겪어왔을 왕따의 아픔과 겹쳐 생각하며 가슴 아파하는 엄마의 마음이 애잔하다.

 

법적으로도 큰 곤경에 처해져 있으면서 다른 이들이 피해입을 것을 우려해 법적공방을 포기한 로즈는 우연히 이 폭발사고의 배후에 누군가가 있음을 감지하고 혼자서 그 뒤를 캐내기 시작한다. 기본적인 줄기는 스릴러 소설이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사회파 소설이기도 하고, 한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어떠한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것을 헤아려보는 아량 정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진위여부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일로 억울하게 비난받고 이로인해 치명적인 데미지를 받게 되는 일이 너무나 자주 벌어지는 듯 하다. 이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대중의 모습이나 군중심리는 곧 우리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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