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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스 게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5-2 ㅣ 존 코리 시리즈 2
넬슨 드밀 지음, 서계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못말리는 수다쟁이 존 코리가 돌아왔다. 그것도 그 시니컬한 입담을 더 연마해서.... 쉴세없이 떠들어대는 만담가같은 형사가 주인공이라서야 어디 잔혹한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한 스릴러의 분위기가 제대로 날까 싶기도 하지만, 856페이지나 되는 질풍노도의 이야기를 말빨로만 끌어 갈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 이 존 코리라는 남자, 머리는 물론이고 허리도 확실히 쓸 줄 아는 긴장감 넘치는 폭주 특급 중년이다. 어쨌든 재미있는 책이다. 다만, 현실에서 세계무역센터 빌딩의 붕괴라는 악몽을 이미 경험한 때문일까, 이에 필적하는 비행기 테러의 공포로 시작하는 경악의 전반부는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점점 개인의 복수극으로 초점이 바뀌면서 스케일 다운해 버리는 후반전은 못내 아쉬운 생각이 든다.
존 코리는 여전히 매력있다. 오십줄에 들어선 남자와 삼십대의 여자. 언뜻 염치없어 보이는 이 로맨스가 있어서 그래도 중반에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었다고 생각한다. 수다쟁이의 입을 막으려면 뭔가 다른 집중할 만한 흥미거리가 필요한 법이니까. FBI의 여수사관이 폭로하는 FBI의 내부사정은 포복절도하게 만들고, 코리를 비롯한 등장 인물들을 빚어내는 솜씨가 변함 없이 능수능란하다. '아사드 칼릴'이라는 테러리스트의 캐릭터는 소설적으로는 아주 정공법이지만, 일단 각종 매체를 통해서 현실의 테러리스트를 이따금씩 엿보고 난 지금은 어쩐지 달라 하고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다.
주변에서는 모두들 좋아하는 넬슨 데밀이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고 언뜻 보아도 덩치큰 책인데다 여기에 활자의 오밀조밀함을 감안하면 거의 어지간한 책 천페이지 이상의 분량을 한권값으로 읽을 수 있는 이책은 독자의 주머니 사정을 배려해주는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좀더 팔리지 않지 않으면 안 되는 작가다. 여기까지 쓰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지만, 이거 어쩌면 다이하드나 리썰웨폰 같은 게 데밀의 머리속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즉 극사실주의보다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은 만들기라고 할까. 요점은 영화화 목적이라고 할까. 그렇다면 이 가벼움은 이해할 수 있다. 확실히 엔터테인먼트로서는 오락성 충만한 완성품이다. 그래도 하나만 말하자면, 넬슨 데밀은 이미 그런것 쓸 필요없지. 무거워도 어두워져도 괜찮으니까, 존 코리가 여기서 조금 과묵해 진다고 해서 그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