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제노비스를 죽였는가?
디디에 드쿠앵 지음, 양진성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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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 제노비스' 사건은 행동심리학을 다루는 서적에는 단골처럼 등장하는 아주 유명한 사례지만, 몇번을 다시 보아도 여전히 충격적이다. 조용한 주택가에서 수많은 이웃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무자비하게 살해당하면서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왜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걸까? 그 안타까운 의문이 당사자에게는 살해당하는 공포보다도 더욱 기괴하게 다가왔을지 모른다.

 

1964년 3월의 어느 날 밤 뉴욕의 한 주택가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이름의 젊은 웨이트리스가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에 일면식도 없는 남자에게 살해당한다. 이 비극적인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나중에 드러난 것만 해도 무려 38명, 그들 중 누구도 달려나와 제지한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는 신고조차 하질 않았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음을 알고 일단 물러났던 범인이 태연히 현장으로 돌아와 중상을 입고 버려져 있는 피해자를 재차 린치한 것이다. 이것이 키티 제노비스 사건의 전말이다.

 

이 목격자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하나같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인간이었단 말인가? 아니면 키티 제노비스가 죽어도 싸다고 생각될 만큼 평판이 좋지 않은 여자였던걸까? 굉장히 쇼킹한 사건이 아닐 수 없지만, 의외로 이런 이해가 안가는 일은 이후로도 종종 있어왔다. 최근에는 러시아워 중에 수천대의 차량이 정체해 있는 대교위에서 다른 운전자에게 무자비하게 폭행당하던 한 여성 운전자가 견디다 못해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다리 위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까지 있었던 걸 보면, 키티 제노비스의 이웃에만 특별히 한 냉정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심리학에서는 목격자들이 보인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양상을 '방관자 효과'라고 하고, 키티 제노비스 사건은 이의 표본같은 케이스로 꼽힌다. 방관자 효과는, 목격자의 수가 많아질수록 개개인의 책임감은 감소한다는 것인데 이는 실험에 의해 증명된 사실이다. 제노비스 사건에서도 방관자들 한명 한명의 면모를 들여다보면 결코 이기주의적이고 타인의 고통을 나몰라라 할 사람들은 아니다. 모두가 성실하고 평범한 사람들이며 게중에는 정의감에 넘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이 사건이 탁 트인 공간이 아닌데서 벌어졌다면 그때도 이 방관자들은 못본채 했을까? 해석은 분분하겠지만 나로서는 전적으로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당연히 누군가가 신고했으리라.' 하는 방관자 효과의 탓으로 돌리고 싶다.

 

그러나 실험데이터만을 바탕으로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너무 몰인정한 세상처럼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 저자의 마음도 그랬을 것이다. 이책에서는 이 사건을 인간의 이기심과 타인에 대한 무관심의 측면까지도 포함해서 심도 있게 고찰해 나간다. 

제노비스 사건의 잔학무도한 범인이 평범한 가장의 탈을 쓰고 살아가면서 저지른 또 다른 끔찍한 범죄들과, 법정에서의 태연함 등에서 보여지는 싸이코패스적 성향은, 키티 제노비스의 극히 평범한 삶과 대비되서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크게 가공하지 않고 사건을 서술해가듯 담담한 문체는 마치 한편의 논픽션을 읽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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