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엣 1 - 관 속에서 만난 연인
앤 포티어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고전의 재해석, 누구누구의 재림, 이런 컨셉 좋아한다. 친숙한 이야기의 변신을 보는 것이 즐겁다. 더더군다나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브로 한 스릴러라는데 무조건 읽을 수 밖에 없었던 거다.

책 디자인도 미려하고 이래저래 기대를 많이 하고 읽기 시작한 것인데, 의외로 기분 좋았던 건 깔끔한 번역이다. 요즘에 영미권 소설을 읽을때마다 매끄럽지 못한 번역 때문에 애를 먹은 적이 많았기 때문에 스무스한 문장에는 나도 모르게 엄마미소를 지어버렸다.

 

각설하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출신의 <줄리엣>이다. 이 소설의 발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 되는 이야기가 이미 그보다 한 세기도 더 전에 쓰여졌으며, 그 배경도 이탈리아 베로나가 아닌 '시에나'였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미국 남동부 버지니아에 사는 '줄리 제이콥스'는 대모였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열쇠를 가지고, 엄마의 유품을 찾으러 쌍둥이 여동생 '제니스' 몰래 혼자 이탈리아 시에나로 건너간다. 이곳에서 찾아낸 유품들 중에, 1340년, 이 지방의 오래된 앙숙인 '톨로메이 가'와 '살림베니 가' 사이에 있었던 지독한 악연을 이야기로 기록한 문서가 있었다. 이 소설의 재밌는 부분은, 문서에 기록된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 이야기와, 줄리가 이끌어가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가 공존한다는 데에 있다. 즉, 고전의 재해석과, 작품 속 인물의 재림 두 가지 이야기를 액자소설의 형식으로 동시에 그려낸다는 점이다.

 

시에나는 전통과 가문을 중시하는 동네로, 가문을 중시하는 이곳에서 줄리가 '톨로메이 가'의 일원이라는 사실은 큰 의미를 지닌다. '톨로메이 가'뿐만 아니라 '살림베니 가'와 로미오의 후손인 '마레스코티 가'사람들이 여전히 뒤섞여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착하자마자 줄리를 따라다니는 심상치 않은 시선과 수상쩍은 분위기, 정체불명의 괴한과 절도사건, 그리고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

현지의 생활상, 고풍스러운 건물들을 배경으로 그려지는 이 현대의 이야기가 일단은 소설의 메인이 되지만, 교대로 보여지는 6백여년 전 로미오와 줄리엣의 러브 스토리 역시, 양념일거라고 생각한 처음의 예상을 빗나간 그것 자체로 한편의 애절한 이야기다. 주객이 전도됐다고 해도 좋을만큼 빠져들만한 이야기였다.

 

덴마크 출신이라는 저자의 이력때문에 느긋하고 조금은 침울한 북유럽 소설의 분위기를 예상 했는데, 빠른 템포의 전형적인 미국식 스릴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흡사 다빈치 코드를 연상하게 한다. 헐리우드에서 영화화 되는 것도 납득이 간다.

이 책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것은, 이탈리아 남자의 유전자에는 태어날때부터 로맨틱한 대사가 입력되어 있다는 속설이 혹시 로미오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는 것.

줄리엣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로미오의 아름다운 대사 하나하나를 보면, 이탈리아 남자가 바람둥이의 대명사가 된 것도 필연적일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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