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쭉 옆에 놓아두고 싶은 책입니다. 미국 남부를 무대로 1930년대와 80년대 두 시대에 걸쳐 네명의 여성의 삶&우정을 그린 작품. 과거의 이야기와, 그것을 듣고 있는 현재의 이야기가 교착하면서 시대를 뛰어넘어 서로 소통하고 있는 듯한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반복되는 나날에 완전히 지쳐 버린 중년의 주부 '에벌린'은, 어느 날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가 있는 양로원을 찾아갑니다. 거기에서 86살의 노파 '니니 스레드굿'을 만납니다. 니니는 '휘슬스톱'이라는 자신의 고향마을 사람들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니니의 수다가 고역이었지만, 개성넘치고 유머러스한 사람들, 연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이야기들을 듣는 동안 에벌린은 차츰 끌리기 시작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에벌린과 니니, 그리고 50년전 앨러배마에서의 '이지'와 '루스'의 우정이 교대로 그려집니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괴로움이나 슬픔을 안고 있지만 누구하나 그것을 애써 외면하려 하지 않습니다. 당당히 마주하고, 그리고 이겨냅니다. 오랫동안 남의 눈치만 보고 살아온 에벌린도, 니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계기로 소극적인 인생과 결별하고 적극적으로 변해갑니다. 그런 면에서는 우먼리브 이야기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성의 권리나 인권문제 외에도, 인종차별, 동성애, 폭력, 노후 문제 등 심각한 주제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이야기지만, 그런데도 그렇게 무거워지지 않는 것은 미국 남부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소설 전체에 감돌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휘슬스톱의 따뜻한 공기가 감싸면, 비참한 사건이라도 어느덧 카페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 속에 그리운 기억으로 자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웃으면서 읽을 수 있고, 인생에 대해 가슴 속 깊이 생각하게 해 주고, 눈물이 찔끔찔끔 나오고, 게다가 살인 사건까지 일어나는 다채로운 책입니다.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서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는 '어 이런 내용이 있었던가?' 하고 신선한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등장 인물들도 전부 매력적이고 1920년대부터 80년대에 걸친 미국이 상세하게 그려져 있어서, 앨러배마에서의 한때(?)가 그리워질 때마다 다시 읽게 될 것 같습니다. 경험상, 이 시절의 미국 남부를 무대로 한 이야기는 정말이지 꽝이 없습니다.

이지와 루스가 기찻길 옆에 차린 '휘슬스톱 카페'의 명물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풋토마토 튀김)'는 어떤 맛이 날까? 이따금씩 맛있을 것 같은 요리가 나오는 바람에 공복 상태로 읽는 게 너무 곤혹스러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