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을 입은 원시인 - 진화심리학으로 바라본 인간의 비이성과 원시 논리
행크 데이비스 지음, 김소희 옮김 / 지와사랑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유리겔라'라는 이스라엘 출신의 유명한 초능력자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 티비 앞에서 초능력쇼를 시청한 사람들의 이야기을 들어보면 유리겔라의 지시에 따라 숫자를 세며 숟가락을 문지르다 보면 숟가락의 목 부분이 구부러지고, 고장난 벽시계며 믹서기가 다시 살아 숨쉬기 시작했다는 믿기 힘든 증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보이지도 않았을 어느 누군가의 믹서기에 생명을 불어넣다니 여하튼 대단한 퍼포먼스였던 모양이다. 이 사람.... 결국 사기꾼으로 밝혀졌다.

왜, 대한민국의 그 독똑한 시청자들이, 지식인들이 이런 말도 안되는 초능력 운운하는데에 놀아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인가?

요즈음은 조금 잠잠한 것 같지만, 이런 맹목적인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오대양 사건'과 같은 사이비종교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1999년 말에 지구의 종말이 온다는 '휴거'를 2000년이 될때까지 믿고 있던 사람은 도대체 뭐였단 말인가. 일어난다던 휴거가 안 일어났는데 뭘 건질 게 있어서 악착같이 매달리는가.

로케트가 달나라에 수시로 왔다갔다 하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전세계인이 릴레이를 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우리 유전자는 여전히 비이성적인 원시인의 상태에 머물러있다는 게 문제다. 믿지 않았을 경우에 감수해야 하는 위험, 손해, 그런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어진 정보의 신빙성 문제는 둘째로 밀려나 버리고 만다. 보다 안전해지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소한 정보에도 귀를 쫑긋하는 방향으로 인간의 방어기제는 작동한다. 꼭 못배워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사기 피해자는 오히려 학력이 높을수록 많다고 한다,

이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현대인들의 미신, 종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비판한다. 원시시대에는 이와 같은 방어기제가 살기 위한 본능이었지만 현대시대에는 불필요할 뿐 아니라 잠재된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다믿음에 관한 한 시인과 다름없는 이러한 비이성적인  '복 입은 원시인'들이 첨단 기술과 만났을 때 어떠한 파괴적인 행위를 일으키게 될 지 그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논리적이고 과학문명의 혜택을 받고 있는 강대국 국민들이 비논리적이고 미신적인 집단으로 변질될 경우에는 기존의 집단 광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전쟁과 같은 끔찍한 파괴행위들을 신의 이름을 들먹이며 정당화 하게 된다. 가히 현대판 십자군이라 할만하다. 히틀러나 당시의 추종자들은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또 어떤 믿음이, 집단광기가 제2의 히틀러를 만들어낼지 모르는 일이다.

현대인들이 보이는 비이성적인 행동 뒤에 자리잡고 있는 원시논리를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볼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이런 원시논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좋은 기회였지만, 그래서 무엇을 어찌 할 것인가? 에 대해서는 조금 빈약한 면이 있다. "신에서 벗어나 이성으로 가는 길은 정체되어 있고.... 이 책은 그 행진에 관한 것이고, 여러분이 선두에 서도록 도울 것이다. 그 길을 걷기 위해서는 깊은 통찰력 뿐만 아니라 강한 성품도 필요하다." .... 라고는 해도 갑자기 맨 앞으로 등 떠밀려봐야 그저 우왕좌왕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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