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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학 - 상처투성이 인간관계를 되돌리는 촌철살인 심리진단
송형석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절대로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나중에 세월이 흘러서 문득 예전의 아버지와 도플갱어처럼 똑같이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심장이 멎을뻔 했던 적이 있는가? 아니면, 엄마에게 "나중에 딱 너같은 딸 나서 고생해봐라!" 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랐더니 지금 거짓말처럼 딱 자기같은 딸을 낳고 안타까이 고생하고 있는 중이지는 않은가? 이건 진짜로 엄마의 저주가 효험이 있었던 걸까?
우리는 혼자서 자라고, 온전히 스스로의 의지로만 지금의 나가 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끊임없이 부모, 형제, 친구, 연인, 철물점 아저씨등 주위사람들에게서 영향을 받고 그것을 통해 나의 내면을 형성해 간다. 그 과정에서 특히 부모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한 인간의 내면이 부모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운이 좋다면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부모밑에서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 있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자칫 찌질이나 컴플랙스 덩어리의 성인이 될 수도 있다. 내가 고른 것도 아닌 사람들과 얽혀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다? 인생 북불복이다.
예전에 다마고치란 게임기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제 시간에 밥주고, 목욕시키고, 산책시키고, 칭찬해주고.... 적절한 반응이 가해졌을 때 다마고치는 올바르게 성장한다. 만약에 바쁘거나 귀찮아서 제대로 돌봐주지 않으면 나중에 다마고치가 어떤 괴물로 자라있을지 모른다. 버르장머리 없는 욕쟁이가 되어 있을수도 있고 똥싸개가 되거나 투덜이가 되어 있을수도 있다. 이렇게 한번 육성된 다마고치는 빼도 박도 못한다. 나중에 참회의 손길로 삐딱한 것을 바로 잡아보려 해도 그때는 이미 손쓸 방도가 없다. 리셋할때까지는 영원히 삐딱한 다마코치인 채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불신에 사로잡혀 콤플렉스 덩어리로 지내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글렀다. 인간은 성장해가며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빚을 진다. 밥, 옷, 육체를 비롯 생각과 깨달음까지도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 279페이지
우리의 내면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형성된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컴플랙스, 변화무쌍한 심리의 총합으로 만들어진 나에 대해서는 나조차도 감당하기 힘뜰 때가 많다. 그런데 타인의 감정까지 배려해 가며 그 관계를 완만하게 유지해가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생각지도 못한 문제로 충돌하게 될 때면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균형이 무너지지 않게 줄타기 하며 산다는건 확실히 피곤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타인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외부에서 받아들이며 지금보다 더 나아져 가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콤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게 하고, 발전을 자극한다. 자기 내부에 만들어진 여러가지 속성들이 서로 대화를 하고 화해하며 다음과 같이 더 나은 결론을 내리기 시작한다.
"나란 존재는 애초 부모님이 지정해 주신 지점에서 시작했고 여전히 그 근처에서 살고 있지만, 이후에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내 안에 들어오고 나가길 계속해 왔으며 그래서 내가 스스로 문을 닫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해갈 것이다." - 23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