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엄지손가락 지문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지음, 원은주 옮김 / 시공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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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런던의 귀금속 거래업자인 '존 혼비'의 회사에서 다이아몬드 도난사건이 발생한다. 유일한 증거는 금고안에 남아 있는 메모지 한장. 이 메모지에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에 찍힌 지문이 남아있었다. 지문은, 피해자인 존 혼비의 조카이자 존의 회사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루벤 혼비'의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심지어는 융선을 가로지르는 흉터까지.... 너무나 명백한 증거 앞에서 혐의가 거의 확실해지고 있으면서도 줄곧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루벤. 지문의 증거능력에 한줄기 의구심을 품고 있던 법의학 교수 '손다이크' 박사는 루벤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서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한다.... 는 내용의 이 작품은 저자 '오스틴 프리먼'이 창조해낸 과학적 탐정 손다이크 박사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기념비적인 장편소설입니다. (1907년)

이책은, 지문의 가치가 증거로서 과대평가되고 있는 데 대해 저자가 반박하는 내용의 서문으로 시작합니다. 런던 경시청이 지문을 사건의 증거로 채택하기 시작한 것이 1901년이라고 하므로, 그것을 상당히 발빠르게 소설의 소재로 채택한 셈이 됩니다. 최초의 과학적 수사방식을 도입한 소설이라는 수식어가 달린만큼 수수께끼 풀이보다는 손다이크 박사의 어프로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할까요, 어떻게 그 범죄(지문위조)를 저질렀으며 어떻게 그것을 밝혀내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수사 과정을 매우 세심하게 공들여서 묘사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함인지 왓슨 역할인 '저비스'의 일인칭 서술방식은 자세하고도 친절합니다.

사건 자체는 수수하지만 플롯도 트릭도 단서도 모두 잘 가다듬어져 있어서 안이하게 살인사건 따위를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장편 하나를 우아하게 끌어갑니다. 자극적인 연출이나 연기는 배제하고 침착한 정공법만으로 이 정도의 추리소설을 만들어낸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고풍스러운 분위기나, 여기에서는 최초의 법의학이자 센세이셔널한 현대 과학의 진보로 그려지고 있는 수법이 지금의 눈으로 보면 확실히 고루하게 받아들여지는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당초에 예상한 것보다는 진부함을 느끼지 않고 즐길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지난 작품인만큼 어느 정도 고리타분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좋은 의미에서 배신당했습니다. 고전팬 뿐만 아니라 의외로 넓은 독자층에 추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다이크 박사의 수사방식이 과학적인 분석과 단서를 차분히 검증해 나가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스타일이라고는 해도, 코난 도일이 낳은 세계적인 명탐정 셜록 홈즈와 동시기에 활약하면서 홈즈의 그림자를 완전히 뿌리치기는 힘들었던 같습니다. 홈즈의 향기가 나긴 나네요. 손다이크 박사가 상대의 걸음거리만으로 직업을 맞추는 것은 <주홍색 연구>를 생각나게 하고, 손다이크 박사의 친구이자 조수인 저비스의 소소한 로맨스는 <네개의 서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진중함 속에서 잔잔한 위트를 느낄 수 있어서 이런 부분은 정말이지 마음에 듭니다. 홈즈에서와는 다르게, 조수가 과도하게 명탐정을 찬미하지 않는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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