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는 초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이 10년 이상에 걸쳐 미 주간지 뉴요커에 발표해 온 에세이를 정리한 책이다.

60주 이상에 걸쳐 베스트셀러에 랭크됐던 저자의 전작 『아웃라이어』처럼, 이책 도 장기간 뉴욕 타임지의 베스트셀러 논픽션 부문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에세이집이라고 하면 오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신변잡기에 대해서 쓴 잡문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편에서는 아무리 흉폭한 개라도 금새 순한 개로 길들여 버리는 ‘개심리학자’를 소개, 인류학자나 행동 학자들의 견해와 함께 어째서 개가 개심리학자의 지시에 따르게 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개는 인간의 몸의 섬세한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독자 브랜드의 케찹을 개발해 대기업 메이커에 도전하는 남성을 다룬 이야기에서는, 마케팅이나 미각 전문가를 취재하면서 식품 시장의 특성을 그려낸다.

 _‘성공론’을 쓰던 저자가 ‘실패론’을 말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그렇지만 의외로 이 책의 기저에 흐르는 큰 테마는 『실패』다. 재능 있는 사람이 왜 실패하는가, 우수한 인재를 모아놓은 조직이 왜 성과가 낮은가, 프로 투자가는 왜 큰 손실을 내는가 하는 주제가 눈에 띈다. '1만시간의 법칙'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된 『아웃라이어』의 성공론과는 대조를 이룬다.


예를 들면, 우승을 눈 앞에 둔 테니스 선수나, 골퍼가 중압감에 눌려 실수를 연발하고 실력 발휘를 못하는 현상등을 다룬 에피소드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성공에 집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재능있는 사람들이 난관을 극복한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나 재능있는 사람들이 실패한 이야기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수 있다.” p.282

성공론 덕분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가 가르쳐주는 것의 효용성을 말하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1980년대 이후, 확대일로를 걸으며 세계를 견인해 온 미국경제가 사태가 급변해서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발화점이 되어 버린 지금, 미국인들에게 겸허하게 실패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마인드의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높은 실업률에 거액의 재정 적자라는 어려운 경제의 현실을 앞에 두고서, 그동안 줄곧 성공만을 요구해온 삶의 방식에 미국 사회가 피로를 느끼기 시작한 것일까.

MBA는 도움이 안된다.
성과주의로 회사는 좋아지지 않는다.

우수한 경영자나, 권위있는 대학에서 MBA를 취득한 우수한 인재들이 회사를 성장시킨다는, 미국 사회가 맹신해 온 환상에도 의문을 들이댄다. 이 책에서는 그 가장 큰 예로서 부정 회계로 2001년에 파탄한 에너지 상사 <엔론>을 예로 든다. 심리학자 들이 쓴 <카리스마의 어두운 단면>이라는 논문을 기초로 해서, 문제있는 경영자의 3가지 유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첫번째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거나 적을 만드는 일을 피해 다니면서 쉽게 조직 상층부로 진입한 호인형이다. 두번째는 앙심을 품고 뒤에서 적들을 물리칠 계략을 꾸미는 음모형이다. 가장 흥미로운 유형인 세번째는 열정과 자신감 그리고 매력으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자아도취형이다. 자아도취형은 형편없는 경영자다. 그들은 약하게 보일까봐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한다.” p.386

우리나라의 경영자들에게도 흔히 있을 법한 유형들이다. 강력한 리더쉽을 가진 경영자가 뛰어난 회사를 만들어낸다는 미국적인 기업 문화의 믿음에 대한 통렬한 일침이기도 하다. 게다가 MBA를 취득한 우수한 인재를 인해전술로 채용한다고 해서 회사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다음과 같이 설득한다.

미국의 성공적인 기업들을 보면 조직이 중요하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경영대학원 출신을 거의 뽑지 않고 급여를 많이 주지 않으며 연공서열에 따라 급여를 인상한다. 그래도 미국 항공사들 가운데 가장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경쟁사보다 훨씬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p.392

저자는 <사우스 웨스트>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슈퍼 <월마트>나, 일용품을 생산하는 <P&G>를 엘리트가 포진한 <엔론>형 경영과는 반대극에 있는 성공적인 회사로서 칭찬한다. 리더쉽이 있는 특정한 개인보다는 효율적인 조직의 손을 들어준다. 한 줌밖에 안되는 스타들이 거액의 보수를 챙겨가는 기업의 시스템이나 월가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이 책에 실린 에세이들 가운데 펀드매니저 <나심 탈레브>를 취재한 에피소드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탈레브라고 하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관한 그의 저서 『블랙 스완』이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판된 적이 있지만, 여기에 실린 에피소드는 금융 위기가 일어나기 훨씬 이전인 2002년에 발표된 것으로, 금융시장의 위험함에 경종을 울리는 월스트리트의 아웃사이더로서 탈레브를 채택하고 있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예측불능이야말로 마켓의 본질이기 때문에, 터무니 없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도 계속해서 소액의 자금을 배팅한다. 평상시에는 손실을 내다가도 이번 금융 위기와 같은 큰 돌발상황이 일어났을 때 큰 수익을 얻는 것이 바로 탈레브의 자금 운용 방법이다. 뒤집어 말하면, 평소에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월스트리트의 명성높은 펀드매니저들도 우연히 벌고 있는 것일 뿐, 언제라도 한순간에 모든 것을 날려버릴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시세는 예측할 수 없다. 그것이 탈레브의 철학이다.

『티핑 포인트』나 『블링크』와 같은 글래드웰의 다른 저서들을 기대했다면 기대는 빗나가고 만다. 그도 그럴것이, 이 책은 훨씬 서정적이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리서치로 상식을 뒤집는 에세이들을, 한편 한편 우아하고 리듬감 있는 문장으로 연주한다. 그러면서도 다루고 있는 화제에 대한 저자의 분석력은 한층 더 진화하고 있다. 스토리와 반전, 시원스럽고 평이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결말. 그리고 그 뒤에 남는 여운. 즉 픽션과 논픽션의 매력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저자에게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호칭은, 너무나도 얄팍하게 들린다. 『글래드웰』은 새로운 장르의 창조자다. 이 책은 그것을 훌륭하게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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