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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 외 ㅣ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말로만 들어온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드디어 읽었습니다. 단번에 읽었습니다. 반세기도 더 전에 쓰여진 작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폐인등으로 상징되는 현대의 일부 젊은이들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의 주인공 '오바 요조'처럼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을 느끼거나 세상의 상식이라는 것에 의문이나 혐오감을 느낀 경험이 있습니다.
이 소설은, 허세나 겉치레, 제멋대로인 자아에 도취되어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혐오하고 인간세상을 믿을 수 없게 되어 버린 주인공이, 이러한 현실과 자신의 내적 진실사이의 괴리감으로 인해 사회에 똑바로 적응하지 못하고 마침내 폐인 처럼,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 조차 포기 해 버린다는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깊고 복잡한 감상을 안겨 주었습니다.
책 말미의 해설에서 이런저러한 해석을 들려주고 있지만, 아마도 이 작품은 사회성을 얻는데 실패한 남자의 이야기다, 라고 느꼈습니다. 사회를 오물처럼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사회와의 접점을 가지고 싶어서 전전긍긍하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며, 사회 안에서 관계를 갖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스스로 울타리를 치고 직접 사회 속으로 뛰어 들려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인간이라는 현실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사람이 바로 '히키코모리', 즉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역시 그런 의미에서는 일종의 폐인적인 측면을 가진 인간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아마도 저자의 분신인듯한 이책의 주인공은 사실 모든 면에서 이처럼 비관적일 이유가 없는 좋은 조건을 타고 났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스스로 무너져 내리게 된것은, 인간에 대해서, 혹은 세상에 대해서 품고 있던 이상이 너무나도 높았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나 현격한 그 괴리감이 저자 '다자이 오사무'에게서 세상을 살아갈 이유마저도 빼앗아 간 것이라고 추측해봅니다.
사람을 믿을 수 없고, 세상을 믿을 수 없으며, 그런 세상에서 소외되는 듯한 자신은 인간실격이라는 주인공의 자괴감은 비통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만약, 나 자신을 믿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인간도 인간세상도 모두 믿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닌가. 안타깝게도 거기까지 도달하기에는 생각의 울타리가 너무나도 견고했던 모양입니다. 이상은 이상으로 남겨둔 채, 요조는 구제불능의 폐인이 되고, 현실의 저자는 자살해 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