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대기 샘터 외국소설선 5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모두 26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환상적인 옴니버스 소설입니다. 저자 '브래드버리'가 그리는 세계는 서정적이고, 화성을 무대로 한 스토리는 판타지풍에 가깝습니다. SF적인 디테일한 설정보다는 이미지나 심정이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몇편의 에피소드에는 동일한 인물이 교차해서 등장하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각 단편은 독립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목의 '연대기'라는 단어가 들어가는데서 알 수 있듯이, 이 단편들이 하나의 작품군을 이루면서 서글프고도 아름다운 전체상이 떠오릅니다. 여기에 온화하고 여유로운 화성인과 대비되는 형태로 그려지는 것이 바로 물질문명이 가져온 인간의 어리석은 탐욕입니다.


지구와 화성을 둘러싼 이 연대기는 1999년부터 시작되서 2026년에 끝납니다.1999년, 최초의 화성 탐험대가 지구를 출발합니다. 그런데 분명히 화성에 도착했을 터인 탐험대로부터의 연락이 두절됩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제2, 제3 탐험대도 똑같이 소식이 끊깁니다. 어째서? 그러나 시간이 지나 제4차 탐험대가 화성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화성인들은 대부분 수두로 인해 멸망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2001년 무렵부터는 서서히 지구인들의 화성 이주가 시작됩니다. 제4차 탐험대의 일원인 스펜더는 수천년에 걸쳐 독자적인 문화를 이룩해온 화성이 지구인들에 의해 파괴될 것을 우려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저자가 과학문명에 회의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는 내용들이 이어집니다.( '달은 지금도 환히 빛나건만', '지켜보는 사람들', '벡만년 짜리 소풍') 브래드버리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가져오는 미래를 그다지 낙관 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어리석은 지구인들이 전쟁을 시작하면서, 한때 화성이 그랬던 것처럼 인류 대부분이 죽어 없어집니다. 그리고 살아 남은 한 줌의 사람들이, 화성에서 다시 새로운 문명을 개척해 갑니다. 그들이 운하에서 화성인들과 만나는 이책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이지 훌륭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것을 서정적이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잘 깨닫지 못할수도 있지만, 이것은 어쩌면 무서운 결말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아담과 이브가 되어 다시 화성의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 가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지구인은 없습니다. 영화 <혹성대탈출>의 충격적인 라스트 신을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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