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970년 대 미국의 '포드' 사는 자사 차량의 연료탱크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유는 그것을 보완하는데 드는 대당 11달러의 비용보다, 이로 인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망사고의 보상금이 더 적게 들기 때문이라는 지극히 산술적인 논리 때문이었다. 어느 기업을 막론하고 대기업의 밑바닥에 깔린 윤리관이란 이렇게 희미한 것인지도 모른다. 악랄한 사람들만 모여 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개인이 직접적인 책임의식을 느낄 여지가 적은 큰 집단의 특성상, 법률적, 사회적으로 제제가 약해 졌을 경우에는 도덕적으로 헤이해지기도 쉽다.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고질 병 같은 것이다.
'이케이도 준'의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2002년 '미쓰비시 자동차'의 '리콜 은폐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어느 날, 작은 운송 회사인 '아카마쓰 운송'의 트레일러가 일으킨 사고로, 아이를 데리고 길을 가던 엄마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다. 트레일러에서 갑자기 떨어져 나온 타이어가 아이의 엄마를 덮친 것이었다. 경찰은 아카마쓰 운송의 업무상 과실치사를 입증하기 위해 가택수사를 진행한다. 그런데 압수한 아카마쓰 운송의 정비기록 어디에서도 관리 소홀이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차량의 제조사인 호프 자동차의 조사 보고서에서는 이 사고의 원인으로 해당 차량의 정비 불량을 지목하고 있었다.
아카마쓰 운송의 사장인 '아카마쓰'는 이 조사결과에 의문을 갖는다. 정비 일지에 남아 있던 3개월 점검의 결과가 자사의 정비에 전혀 문제의 없음을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카마쓰는 진실을 밝혀, 가족, 사원들의 미래와,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회사를 지켜 내기 위한 고독한 싸움을 시작한다. 하지만 사태는 점점 아카마쓰를 궁지로 몰아가고 있었다.
기업 소설에 범주에 들어갈만한 소설이지만, 동시에 멋들어진 미스터리 소설이기도 하다. 의리있고 인정많고, 의협심 넘치는 주인공이 일본을 대표하는 재벌 기업을 상대로 포기하지 않고 진상을 밝혀간다. 그 진솔한 책임감과 불굴의 의지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이외에도 여러 인물들의 시점에서 그려져 있어서, 적이라고 할 수 있는 호프 자동차의 내정이나, 그 직원들의 입장도 동시에 지켜 보게 된다. 드디어 대기업이라는 두터운 베일 속 진실에 아카마쓰가 발을 들여놓는 순간 느끼는 희열이라던가 안도감이 꽤나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