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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살인
윌리엄 베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새가 사람을 공격한다고 하면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새>가 공포물에 가까웠다면 이 소설은 엄연히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한 추리소설이다. 새가 미쳐 날뛰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고, 새가 범죄자에게 살인도구로 길들여져 범죄에 이용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새>나 <조스>와 같은 재난영화에서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사람이 죽는다는 그것 자체보다도, 상식을 벗어난 동물들의 그 이상한 행동패턴이 괴이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도 처음에는 그런 섬뜩한 기분으로 사건을 마주하게 되지만, 그 진상을 알아가면서부터는 비로소 기이한 현상이 아닌 범죄로서 사건을 바라보게 된다. 어느쪽이든 좀처럼 접해보기 힘든 흥미로운 설정이다.
젊고 아름다운 여기자 '패멀라 배럿'은 직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낙담하고 있었다. 어느날 록펠러 센터 앞의 아이스링크에 찾아간 팸은 스케이트를 타던 한 여자가 난데없이 날아온 송골매에게 목을 찢겨 목숨을 잃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 혼란스런 상황속에서도 직업의식을 발휘한 팸은 한 일본인 회사원을 설득해 이 영상을 촬영한 비디오 카메라를 손에 넣는다. 이것을 계기로 방송국 내에서 팸의 주가는 상한가를 치기 시작한다.
이 후로도 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난 살인매에 의한 피해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한편 팸에게는 송골매라고 서명한 매사냥꾼의 편지가 날아오기 시작한다. 덕분에 팸은 한발 앞선 뉴스로 일종의 아이콘과 같은 인기를 모으며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매사냥꾼은 이런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고 팸을 자신의 새로운 매로 훈련시키겠다고 마음먹는다. 뉴욕 경찰청의 노련한 형사 '프랭크 제이넥'이 이런 매사냥꾼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커다란 매가 살인새로 조련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인간의 욕망에 의해 아무것도 모른채 살인의 도구가 되는 새가 왠지 안쓰럽게 느껴진다. 대조적으로 인간의 그 추악함은 더욱 도드라진다. '데이비드 헌트'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로 알게 된 '윌리엄 베이어'의 이 소설은 전작 보다도 더욱 묵직하고 진중한 작품이라는 인상을 준다. 큐피드가 일종의 색맹으로 인해 모든 사물이 모노크롬으로 보이는 여주인공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음울한 도시의 밤거리를 묘사했다면, 이번에는 그것 자체로 인간의 어두운 단면을 떠올리게 하는 시종 짙은 회색톤의 이미지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