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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 키스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ㅣ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3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뱀파이어 아카데미>시리즈는 현지에서는 이미 6권으로 완결되었다고 한다. 이 <섀도 키스>가 시리즈 3번째 작이니 이것으로 딱 절반의 여정을 끝마친 셈이다.
지구인들의 흡혈귀 사랑은 대단하다. 루마니아의 드라큘라 백작을 모티브로 한 공포의 상징으로 출발해서, 한때는 온갖 방식으로 변질된 별의 별 싸구려 흡혈귀들이 개떼같이 쏟아져 나오더니, 2000년대 들어서 등장한 여러 뱀파이어 로맨스 물에 힘입어 이제는 소녀들의 로망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보인다. 작품의 종류뿐만 아니라 그 설정도 작품수 만큼 다양해서 뱀파이어 로맨스물은 하나의 장르로 구분한다 해도 별로 이견이 없을 것 같을 정도다. 이것은 엄연한 진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그 진화의 선봉장에 서있는 몇몇 수작들 중에 하나다.
<뱀파이어 아카데미> 속에서 그려지는 세 종족 모로이, 뎀퍼, 스트라고이.
'뎀퍼'는 '모로이'들을 '스트라고이'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존재들이다. 뎀퍼인 주인공 '로즈'는, 몰락한 왕족의 유일한 후계자인 모로이 '리사'와 정신적으로 특별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려서부터 줄곧 리사를 지켜왔고 모두가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리사의 예비 수호인이지만, 그런데 아카데미 졸업을 앞두고 시작된 초보 수호인들의 실전 훈련에서 로즈는, 리사가 아닌 리사의 연인 '크리스티안'의 수호인에 배정되고 만다. 리사의 연인인 크리스티안은 로즈에게 있어서는 앙숙이나 다름없다. 그것은 왠지 연적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다혈질인 로즈는 이에 승복하지 못하고 반발하지만, 이것은 어떤 경우에라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차원에서 수호인을 바꾸어 훈련하는 것이 리사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일리있는 말에 결국 승복하고 만다. 곧,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통해 앙숙이던 크리스티안과도 그럭저럭 잘 지낼수 있을 것 같이 되고, 다시 의욕을 불태우지만,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훈련 과정에서 로즈는 가상의 스트라고이의 습격을 받는 크리스티안을 두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모로이를 고의로 방치했다는 이유로 결국 상벌 위원회에 회부되고 만다.
2권인 <새드 일루전>을 읽고 난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곧바로 이어서 읽고 있는 것처럼 전편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만큼 이 뱀파이어 아카데미의 세계관은 어찌보면 낯선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체계적으로 구축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설정 하나하나의 인과관계가 훌륭해서, 나중에 앞서 나왔던 설정을 되새김질 해 볼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머리에서 쏙쏙 빠져나온다. 종족간의(계층간의), 동기생들과의, 이성과의, 교권이라 할 수 있는 수호인들과의 여러 갈등들, 거기에 우정, 사랑등 다양한 대립관계가 존재해서 사건 그 자체보다도 그 수많은 갈등의 골들이 어떤 식으로 변해갈 것인가 하는 것을 지켜보게 되는 것이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입장의 인물들 사이에서 시종일관 흡사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는 듯한 긴장감을 즐기게 해주는 이 <뱀파이어 아카데미>의 포인트는 '관계' 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 절반이나 남은 마당에 시기상조인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는 이것을 어째서 6권 만으로 끝냈는가?
뭔가 사람들을 괴롭히는데서 쾌감을 얻는 타입의 작가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