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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 2010년 전면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0세기의 <종의 기원>이라는 수식어는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을 읽은 이후로는 뭐든지 저자가 이야기하는 개념의 틀 안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이기적 유전자>는 세계관을 바꿔놓는 책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사람들이 음란한 것도, 다른 사람을 보면서 몇살일까 하고 자연스럽게 궁금해 하는 것도 모두 유전자 탓으로 돌려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기적인 유전자>가 가져온 충격은, 이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생물의 모든 전략의 이유는 자신의 유전자를 넓히기 위한 것으로 귀결된다는 관점에 근거한 책이 없었던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왠지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간단히 말하면, 저자가 말하는 유전자의 이기적인 행동이란, 종 전체의 일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하려는 냉철할 정도로 합리적인 본연의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기적인 유전자>가 주목받은 것은 그런 의외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쉬울 수 있을까 싶은 설명과 생물계에서 실제로 보여지는 풍부한 실례와의 절묘한 밸런스다.
이책은 진화 생물학의 학술서의 범주에 들어가겠지만, 그에 대한 기본 지식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우선 전문 용어는 놀랄만큼 적고, 복잡한 수식 등은 거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나오지 않는다. 아마추어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만한 부분은 적절한 비유를 들어서 쉽게 유전자 레벨의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최대한 일반독자의 편의에 맞추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서는, 예를 들면 생물의 화학 진화나 박쥐의 협력, 개미와 같은 사회적 곤충의 생태, 뻐꾸기와 같은 탁란하는 조류의 생태 등, 그것자체만으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사례들을 잔뜩 다루고 있다.
꼭 이기적인 유전자 운운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읽을 가치가 있다. 지금까지의 개념을 밑바닥부터 뒤집는 설을 가지고,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써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로 특별한 케이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조금 이라도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읽고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는 명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