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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
데이비드 헌트 지음,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미국 스릴러 소설의 대부로 불린다는 ‘윌리엄 베이어’가 <데이비드 헌트>라는 익명으로 발표한 소설.
이 작품을 두고 ‘압도적인 서스펜스’라고 극찬한 것을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다.
이상한 분위기를 가진 이야기이다. 히로인인 ‘케이’의 직업은 사진가.
사진은 모두 흑백.
흑백사진만을 고수하는 이유는 그녀가 색맹이기 때문이다.
‘케이’는 색을 전혀 식별할 수 없는 광과민성의 색맹이다. 그녀에게 세상은 색채가 없는 독특한 모노크롬의 색조로만 보이기 때문에, 평범한 사진가의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진을 찍는다. 뿐만 아니라 어두운 곳에서는 마치 고양이처럼 사물을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누가 큐피드의 동생을 쏘았는가』는, 이런 ‘케이’가 자신이 찍는 사진의 피사체이자 오랫동안 좋은 친구로 지내던 미모의 허슬러(남창) ‘팀’이 토막살해된 사건의 진상을 쫓는 동안, 뜻밖에 미해결 연쇄 살인 사건의 진상에 다가간다는 이야기이다.
‘팀’이 살해당한 방법은, 놀랍게도 15년전에 일어났던 어느 연쇄 살인 사건과 같은 수법이었다. 당시에 경찰이었던 케이의 아버지를 사직하게 만든 바로 그 사건.
그리고 수수께끼에 싸인 팀의 과거를 알고 있는 어느 마술사가 등장한다.
케이의 독특한 시각으로 보여지는 샌프란시스코의 풍물은 일종의 환상적인 흑백의 세계다. 이런 모노톤의 색조로 인해서 동성애자의 매춘이라는 도시의 어두운 그림자가 한층 선명하게 떠오른다.
케이는 식별할 수 없다고 해도 일반인들이라면 지극히 당연히 구별해내는 색체들이다. 그런데도 책을 읽는 동안에는 줄곧 케이의 눈을 통해 모노크롬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아 내기 위해서 사진을 찍는다는 케이의 대사가 소설 속에 그대로 적용된다. 흑백의 시각은, 주위의 현란한 색체에 현혹되지 않고 물체가 가진 고유의 형태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발견해 낼 수 없는 의미를 케이는 찾아낸다.
그것은 그녀가 말려든 사건, 즉 아버지와 딸의 길고 복잡한 갈등에도 들어맞는다. 케이는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겉치레 뒤에 가려진 이 세상의 사랑과 욕망과 공포를 목격한다. 이 소설은 말하자면 그 여행의 기록이다. 사이코 서스펜스는 단순한 뼈대에 지나지 않는다.
매우 억제된 필치로 그려져 있지만 그래서 더 문장은 탐미적이고 매력적이다. 도달하는 곳마다 한숨을 쉬고 생각에 빠지면서 천천히 페이지를 되돌아오곤 한다. 깊은 맛을 지닌 미스터리로, 플롯이 약간 단순하기는 해도 한명의 여성 사진가의 성장기로서 훌륭하다. 비참하고 잔혹한 이야기이지만, 뒷맛은 결코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