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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살인자 ㅣ 밀리언셀러 클럽 108
로베르트 반 홀릭 지음, 신혜연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5월
평점 :
『황금 살인자』 독서 완료.
_ “『황금 살인자』는 디 공이 서른 셋의 나이에 처음 지방 수령으로 임명되어 산둥성 북부 해안에 위치한 항구도시 펑라이로 부임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당시는 당 고종(649 ~ 683)이 막 고구려 영토 대부분에 대한 종주권을 확립한 시기였다. ‘디 공’ 소설 연대기에 따르면, 디 공이 펑라이에 도착한 것은 663년 여름이다. 그 전해 가을, 당이 고구려와 일본의 연합군을 크게 물리치고 고구려 정벌에 성공하면서 고구려에서 전쟁 노예들을 끌고 들어오게 되는데, 그 때 끌려와 선상 유곽에 팔린 고구려 노예 중 하나가 ‘유수’이며, 차오타이는 그 이태 전인 661년 100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고구려 원정에 참전한 인물로 나온다.” (저자 서문)
처음으로 읽어본 명판관 <디 공(公)>시리즈였습니다. 네덜란드 인 저자가 중국 당나라 시대를 무대로 미스터리 소설을 쓰면 과연 어떤 모양이 나올까... 라는 일종의 특이한 음식을 향한 식도락가의 호기심과 같은 기분으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음... 탄식해 버렸습니다.
본격적.
단순히 동양 문화에 심취한 어느 서양작가의 중국식 소재 빌려오기 정도가 아니라 어느모로 보나 확실하게 중국 소설로 완성되어 있습니다.『수호전』이나 『금병매』같은 소설 중간 어딘가 쯤에 슬쩍 끼워넣어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당대가 무대라면 『서유기』가 되겠습니다만.
우리나라 작가나 일본 작가의 것 중에도 당나라나 중국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은 얼마든지 있지만, 이 정도로 중국냄새가 물씬 나는 예는 별로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삼국지와 서유기를 보고 자란 동양의 작가들이 풍차와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 작가에게 지고 있었네요. 극히 개인적인 감상이긴 합니다.
유령이 뒤돌아 보고, 식인 호랑이가 포효하고, 아름다운 기생은 방긋 웃고, 장부들의 검이 바람을 가릅니다. 도시 밖으로 눈을 돌리면 당시로서는 아마도 아직 뉴웨이브 사상에 지나지 않았을 불교의 스님들이 경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것만으로도 기뻐져 버리는데 미스터리로서도 상당히 본격적이기 때문에 달리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리즈가 아직은 『황금 살인자』까지 포함해서 네권 밖에 소개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아무쪼록 아껴가면서 읽기로 합시다.
독살된 전임 수령의 서가를 조사하는 장면에 ‘디 공’의 다음과 같은 대사가 있습니다. 정말이지 학식과 기품이 느껴지는 탐정이 아닌지요.
_ “조금 전 자네가 건네주었던 화집에도 춘화가 가득했네. 게다가 제국 각지의 술과 그 다양한 제조방법에 대한 책도 수십권이야. 요리에 대한 책도 그 못지않고 말이지. 하지만 옛 시인들의 시집도 꽤 많이 모았더군. 책마다 모서리를 접어 표시한 부분이 있고 책장마다 거의 직접 주석과 의견을 달아 놓았어. 불교나 도교 신비주의 관련 책도 상당한 양일세. 그런데 유교관련 전집은 사놓기만 했지. 손도 대지 않은 것 같아! 과학 관련 서적도 꽤 모아놓았더군. 대부분이 의학과 연금술에 관한 권위서들이야. 수수께끼나 문답, 기계장치에 대한 전문 서적도 더러 섞여 있고. 그런데 역사나 정치, 행정, 수학 관련 서적은 왜 하나도 없는지 의아한 일일세.”